소프트웨어 산업에 모처럼 한 가닥 희망의 불빛이 보인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인 소프트웨어 분리발주제가 이달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관부처인 정보통신부는 SW분리발주제 시행 및 확산을 그 어느 정책보다 강력히 추진해 나갈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오랜 가뭄으로 쩍 쩍 갈라진 대지에 단비가 내린 기분이다"며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우선 SW 분리발주제는 국내 SW 산업을 살리자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SW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분리발주 SW범위를 ▲5억 원 이상 사업 중 3,000만 원 이상인 SW와 ▲10억 원 이상 사업 중 5,000만 원 이상인 SW로 지정했다. 또한 분리발주단계를 정보화기획단계에서부터 발주준비단계, 사업자 선정단계, 계약단계, 사업관리 단계, 유지보수 단계에 이르기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해 제시했다. 분리발주가능 SW에 대한 목록도 시스템SW, 개발용 SW, 응용SW 등 3개의 SW로 나눠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만 할 과제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시행확산과 발주자 및 사용자들의 인식이다. 그 동안 정통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소프트웨어 원가 체제(1989년)를 비롯해 IT839 신성장동력 정책이나 공개SW 활성화 방안 등의 여러 가지 제도나 시행방안을 마련, 추진해 왔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공을 거둔 예가 드물다.

가장 큰 이유는 각 부처 간의 이해갈등 등으로 인한 실무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협조 부족과 잘못된 의식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분리발주에 따른 행정업무 증가, 하자발생시 SI업체와 SW업체 간의 책임소재 불분명, SW업체 도산 시 안정적인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분리발주를 기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관련 업계는 지적한다. 오히려 책임소재가 더 분명해지고, SW의 성능 및 특장점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업무에 적합한 SW를 구매하기가 더 좋다는 것이다. 유지보수에 대한 우려도 우려일 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동안 SW에 대한 유지보수는 SW 공급업체들이 직접 책임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실무 담당자들의 행정업무가 많아지고, 전문성이 부족해 적합한 SW를 선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1년에 2건으로 제한시켰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SW 분리발주 지원센터'를 설립, 지원하도록 보완책도 마련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산 SW들의 경쟁력이다. 분리발주제를 시행할 경우 국산과 외산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되는데, 경쟁력을 갖춘 국산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경쟁력을 갖춘 국산 SW는 일부 특정업체에 한정돼 있어 전체 SW 산업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것 또한 시간을 갖고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한다. 공공부문 시장은 국내 IT 전체 시장의 약 31%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또한 정부부처가 앞장 서 시행한다면 일반기업체로의 확산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했다고 한들 각 부처 실무담당자들의 협조가 없으면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정보통신부만의 책임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차세대 산업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미 3D 업종으로 취급받을 만큼 대학교나 대학원에서는 인기 없는 학과로 전락했고, 연구소에서도 유능한 인력들이 글로벌 기업이나 조건이 좋은 다른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한다. 소프트에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SW의 가치인정은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국가 산업이 역동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국내 SW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부만이 아니라 정부의 모든 부처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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