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SW 개발 후 소유권 이관 요구’는 근거 없는 시대착오

▲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RFP에 개발된 프로그램의 소유권을 이관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빨간색 표기). 이는 국가 안전보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으로 소유권을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 억지라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아이티데일리]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최근 조달청을 통해 제안 요청한 ‘차세대 이민행정시스템 BPR/ISMP 및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 연구용역’과 관련된 제안요청서 가운데, 개발 후 민간 기업이 개발한 상용소프트웨어까지 소유권을 이전해야만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제안한 제안요청서 20페이지를 보면 ‘자동출입국심사대 표준화 연구’와 관련, ‘제어 및 연계프로그램을 개발 후 법무부로 소유권(저작권 수정 및 재배포권 포함) 이관해야만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그 근거로 ‘기획재정부계약예규 제288호 제56조, 즉 국가안전보장 관련에 대한 소유는 국가가 소유하는 것’을 그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일부 프로그램, 즉 법무를 비롯한 정부 부처가 어떤 특정한 목적(특히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프로그램, (ex) 출입국심사프로그램)을 갖고 특정 기업 또는 개인에게 개발을 맡겼다면 당연히 국가 및 정부 부처가 소유하는 게 맞다. 그러나 국가 안전보장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화된 상용SW까지 소유권을 요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제안한 게이트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즉 법무부 메인 프로그램과 출입국심사대를 연결해 사용하는 연동 프로그램이나 각종 미들웨어 등은 이미 일반화 된 SW이기 때문에 국가 안전보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소유권을 달라는 것은 근거 없는 억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요청하는 제어 프로그램은 국내외 자동출입국심사대 및 스피드게이트 전문 업체들이 상용화 해 이미 공급하고 있는 GCU(Gate Control Unit)용 상용SW라는 것이다. 또한 연계 프로그램은 국내외 생체인식 인식 전문 기업들이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생체인식용 전문 상용 미들웨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용SW를 표준화라는 명분하에 소유권을 강요한다면 지적재산권 침해는 물론, 그동안 수년간에 걸쳐 수십억 원의 자금을 들여 개발한 전문 기업들에게 사업을 포기하거나 문을 닫으라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상용SW에 대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소유권 이관 제안은 SW의 소스코드를 달라는 것과 같다”며, “그렇게 되면 국내 SW 전문기업들은 모두 사업을 포기해야만 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SW산업 육성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 변호사는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들은 상용SW에 대한 소유권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SW산업 발전 때문이다”며, “저작권법에 따르면 SW 소유권은 창작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용SW에 대한 정부의 소유권 논란과 관련, ‘국가안전보장 관련에 대한 소유’라는 포괄적인 광의의 의미로만 개념 정의가 돼 있을 뿐, 각 사안별 개념 및 정의에 대해 정확하게 정리해 줄 기관이 없다는 것도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SW 관련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맡고 있지만 이러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그 어느 누구 하나 앞장서 책임을 다 할 인물이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곱지 않은 시각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는 출범 시 SW산업 발전 및 육성을 가장 내세웠고, 그 일환으로 미래창조과학부까지 신설했다. 그러나 “그 역할과 임무를 다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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