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성능컴퓨팅 사업단’ 공모…매년 100억여 원 투입

[아이티데일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는 침체된 국내 슈퍼컴퓨팅 분야에 심기일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슈퍼컴퓨터 자체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고 4일 밝혔다.

미래부는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초고성능컴퓨팅(HPC) 사업단(법인)’을 설립하고, 사업단에 매년 100억 원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4월부터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를 통한 공모로 선정하며, 국내외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여러 개발 주체(산·학·연)간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다.

미래부는 초고성능컴퓨팅 개발 사업에 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ICT 분야 첨단기술의 집합체이자 대규모 데이터를 고속으로 저장·분석·처리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의 기반기술로서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초고성능컴퓨팅 시장은 95% 이상을 글로벌 기업에서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및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대학에서 우수한 연구자원들이 배출돼도 지속적으로 역량을 높여나갈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로서, 단순한 슈퍼컴퓨터 개발뿐만 아니라 시스템 아키텍쳐 설계가 가능한 최상급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등을 통한 산업계 활력 제고에도 그 의미가 있다.

슈퍼컴퓨터 개발의 구체적 전략은 학계(서울대, KAIST 등)와 연구계(ETRI, KISTI), 산업계(SK 하이닉스, 글루시스 등) 등의 전문가 20인이 모여 지난해 7월 출범한 ‘초고성능컴퓨팅 발전 포럼’이 공청회(지난해 12월) 등을 통해 정부에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마련됐다.

슈퍼컴퓨터 개발은 기존 개발경험(0.1PF 이하)과 공공부문 실수요(1PF 내외) 등 국내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재난·환경 분야 조사 결과, 9개 부처에서 해양예보나 산불·산사태 예측 등의 용도로 1PF(페타플롭스, 초당 1천조 번 내외의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한 처리 속도) 내외의 수요를 형성하고 있어 1단계로 일단 2020년까지 1PF 이상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 미래부 슈퍼컴 개발 로드맵

1단계의 기술적 목표로는 ▲기존 상용제품 전력소모량의 1/4 수준인 80kW/PF 이하의 ‘저전력’ ▲이후 5~10PF 이상 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 ‘확장성’ ▲HW·SW가 통합된 완성형 시스템 개발을 통한 ‘범용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후 2025년까지 추진되는 2단계에서는 30PF 이상 규모의 슈퍼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는 특정 산·학·연이 독자적으로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이들 개발 주체 간 분산된 기술과 노하우 등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기 위해 일원화된 개발 조직으로 이번 ‘초고성능컴퓨팅 사업단’을 구성해 운영하게 된다.

주요 개발주체별 역할로는 ▲기업은 슈퍼컴퓨터 보드 제작, 패키징, 양산 및 A/S에 참여하고 ▲대학은 원천기술 개발, 전문 인력 양성 및 사업단과의 인력·기술 교류에 힘쓰며 ▲출연(연) 기관은 슈퍼컴 개발에 필요한 개발 인프라 및 테스트 베드 제공 등을 각각 수행한다.

슈퍼컴 분야의 안정적 연구개발을 위해 매년 일정 규모(100억 원 내외) 이상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이를 위해 ▲미래부 1차관실은 운영체제, 시스템 진단·복구기술 등 시스템SW 원천기술 개발 지원 ▲2차관실은 응용 SW 개발 및 인력양성 지원 ▲출연(연) 기관은 HW 개발 테스트베드 제공 및 H/W 설계·제작 지원 등을 각각 담당한다.

이 밖에 슈퍼컴 개발 컴포넌트(스토리지, 운영체제, 보드제작 등)별로 중소기업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나갈 수 있도록 기술혁신기업의 성장도 지원한다. 지난해 IDC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고성능컴퓨팅 시장은 약 2천 6백억 원 정도(세계 시장의 2.5%)에 불과해, 관련 기업들은 소규모 시스템을 중심으로 동남아나 남미 등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또한 공공부문의 슈퍼컴 수요를 주기적으로 조사·발표하고, 부처 및 공공기관이 국산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이진규 미래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최근 ‘알파고’ 등 인공지능의 발전은 대규모 데이터의 고속 처리가 가능한 슈퍼컴퓨터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이번 사업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인적·기술적 역량을 구체적인 성과물로 입증하고, 산·학·연 등 다양한 주체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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