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CM 벤더들이 일부 대기업 고객들의 횡포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대체로 SCM 프로젝트는 최소 6개월, 최대 1년이 걸리며, 비용도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대까지 형성돼 있는 대규모 사업이다. 때문에 영세 벤더들은 1년에 2~3건 정도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잘 지은 농사라고 만족해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실질적인 SCM 고객이라면 대다수가 대기업인데 대기업 고객들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고객들은 쉽게 도입해주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영세업체라는 약점을 십분 활용한다. 이들에게 잔뜩 기대감을 불어넣고 진만 빼버리는 기만술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개 안 되는 1년 농사거리 중 하나만 삐그덕 거려도 존폐위기에 놓이게 되는 영세 SCM 벤더의 약점을 이용한 대기업 고객의 횡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고급 자료만 챙기고 꽁무니를 빼는 형태를 들 수 있다. 이는 가장 잘 써먹는 수법이다.
최근 A사는 자체 개발을 하자니 방법을 모르고, 개발을 의뢰하자니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해 대기업이라는 이점을 노려 솔루션 벤더들을 한데 모아 솔루션 개발을 제안하라는 식의 수법을 사용했다. 여기에 참여한 대다수 영세한 벤더들은 전문인력을 투입해 적게는 3개월, 많게는 4개월여 동안을 상담과 솔루션 소개, 개발방안, 데모 PT 등을 제시하며 솔루션 개발의 총체적인 로드맵을 제안했다. 이런 경우 5~6군데 업체만 참가해도 다양한 고급 자료가 모이게 된다. 이때쯤 A사는 자신들의 개발방향과 맞지 않다 또는 예산이 없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순식간에 돌변, 자료만 챙기고 없었던 일로 해버렸다. 영세 벤더들은 전문인력을 투입해 3~4개월의 적지않은 기간을 들여 제안에 임했지만 아무런 비용도 건지지 못하고 남좋은 일만 하게 된 것이다. 벤더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제안시에도 비용을 받는 것이 관례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경우는 꿈도 꿀 수 없다"며 "이것이 영세업체의 한계인 듯 하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대기업의 횡포 중 또 하나의 사례는 '칼만 안 들었지 강도'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단 개발 제안을 해놓고, 개발이 완료되면 사용해 보고 제대로 작동하면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사례이다. 프로젝트 진행 초기 착수금이 필요하지만 영세 벤더들은 이것도 받지 못한 채 울며겨자먹기로 6개월에서 1년동안 이 프로젝트에 매달린다.
실제로 B사가 그랬다. 이 고객은 벤더에게 솔루션 개발을 의뢰하면서 계약은 차후에 하자는 식으로 일단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결국 B사의 솔루션을 개발하던 업체는 회사의 존폐위기에 몰렸다. 솔루션 개발은 완료했으나, B사가 일방적으로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유를 들어 비용지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선진 한국에서 이러한 구시대적인 관행이 아직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협회나 한국SCM학회가 이런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영세 벤더들의 말못할 고충을 하루속히 말끔히 씻어줘야 할 것이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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