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시스템은? 아마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일 것이다. ERP는 기획이나 자원 관리 등 모든 기업활동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근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ERP를 도입할 때만큼은 여타 IT 투자와 달리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또한 예산께나 있는 기업일수록 소위 ERP계의 '명품'이랄 수 있는 SAP와 오라클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명품 ERP를 도입해서 사용하는 기업들은 정작 투자한 만큼 만족할까. 조사해봤더니 대답은 'NO'다. 더욱 놀라운 결과는 비싼 외산 제품보다는 자체 개발하거나 저렴한 국산 솔루션을 도입해서 사용하는 기업들의 만족이 훨씬 높았다. 이 조사결과를 놓고 가격 대비 성능을 감안한 상대적 만족감일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최근 ERP를 사용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한 만족도 설문에서 국산 솔루션과 자체 개발해서 사용하는 기업들은 기능과 확장성, 관리성 뿐 아니라 문제해결, 서비스 태도,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외산 솔루션의 만족도를 앞질렀다.
특히 도드라지게 차이를 보인 부분은 서비스였다. 성능에서는 국산이나 외산이나 비등하게 나타났지만, 서비스에 대해서는 외산 솔루션을 사용하는 고객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구체적으로 늑장 서비스와 비호감적인 태도가 불만의 핵심이었다.
조사 결과가 외산 솔루션을 갖다 파는 국내 지사의 서비스 문제일지 모르지만, 분명 제대로 된 명품의 모습은 아니다.
명품의 조건은 만드는 기업의 장인정신과 사용하는 사람의 자부심에서 나온다. 그 자부심은 오랫동안 그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무언의 언약이며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명품 기업의 서비스 정신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보다 파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커서일까. 정작 서비스를 해야 할 기업들의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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