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내로라하는 C사립대학교는 최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용 서버로 D사의 x86 서버 150대를, 모두 18억원을 들여 구입했다. 2U 크기에 펜티엄 4 프로세서 1개, 그리고 HBA 카드 등을 주요 사양으로 하는 이 제품의 도입 가격은 대당 1,200만원이었다. 이 입찰에 참여한 어느 업체는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의 경우에도 대당 300~400만원이면 될텐데..."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얼마전 제조업체인 A사는 B사의 2웨이 x86 서버 한대를 도입했는데 그 가격이 무려 1,200만원이었다. A사의 서버 구입 입찰에 참여한 어느 경쟁사는 대당 800만원을 제시했지만 탈락했다. A사는 서버를 도입할 때 오직 B사의 제품만을 고집한다고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이 평준화되어 오로지 가격만으로 판매전을 펼치고 있는 서버 시장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 서버 공급업체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마진율이 거의 바닥이거나, 심한 경우는 아예 적자를 감수하고 공급한다는 사실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혹자는 서버의 마진율은 고작 2~3%에 불과하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서버 시장의 현실을 잘 알고 있을 A사와 C대학교의 IT 담당자는 왜 이처럼 비싼 가격에 도입했을까? 그리고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과연 시세를 잘 몰라서 이런 결재를 해줬을까? 어느 서버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는 이 현상을 놓고 "이렇게 좋은 비즈니스 모델(?)도 있구나"며 비아냥거린다.
관전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미스러운 뒷거래를 연상케 하는 딱 좋은 사례들이다. 인류역사상 영원불멸의 바퀴벌레 같은 구태의 끈질긴 생명력을 실감케 한다.
박시현 기자 pcsw@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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