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우/대한병원정보협회 사무총장

의료시장의 IT 트렌드를 살펴보면 솔루션 위주의 의료정보화가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대형병원의 스마트카드 시스템 도입, ERP 구축 등 비즈니스 솔루션 도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의료업계의 기본발전과제인 전자의무기록(EMR)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정도다. 올해의 의료업계 IT 화두는 무엇일까.
사실 그 동안 의료계는 의료 비즈니스에 중점을 두었고 IT를 부수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처방전달시스템(OC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등 다양한 IT 솔루션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IT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게 됐다. 병원업무의 업무전산화가 아닌 이른바, 의료정보화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의료정보화는 빠르게 의료산업의 핵심영역으로 자리잡아갔다. 대부분의 의료서비스 기관은 정보화를 배제하고는 병원업무 추진을 말할 수 없을 만큼 의료정보화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게 됐다. 의료업계에서 바라본 의료정보화의 이슈를 살펴 본다.

EMR
작년에 이어 대형병원의 EMR 도입이 확산될 것이다. EMR은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지원과 함께 비용절감의 효과가 가져온다. 진료기록의 전산화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여러 병원에서 EM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참조모델이 등장하면 EMR 확산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EMR이 의료정보화의 트랜드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의료정보화 관계자들은 욕심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에 의거, 각 병원환경에 적합한 EMR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사람 중심의 프로세스와 IT가 결합, 진료 및 경영 등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BPM
병원업무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효율성을 높여주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도 관심사항이다. 기존에는 업무 프로세스를 진단하여 이를 리엔지니어링 했다면, 이제는 프로세스 적용때까지 지속적으로 프로세스 관리가 가능한 BPM이 필요하다.
의료시장 역시 시장개방과 의료분업, 잦은 보건정책의 변화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따라서 업무 프로세스 관리 및 대응이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는 의료정보화에 있어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진료정보 공유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자건강기록 (EHR) 사업과 국가진료정보 공유체계(Interoperabil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들도 국가 진료정보 공유를 통해 의료시장 전반에 걸친 불필요한 중복진료를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의료시장 성장과 대국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국가 EHR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진료정보 공유체계는 복지부 정책처럼 국/공립의료기관과 민간의료 기관간의 통합된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의료기관의 새로운 의료정보화 패러다임이 기본적인 밑그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병원의 경우 체인병원이나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진료정보공유라는 기본적인 숙제를 바탕으로 정보화에 접목해야 할 것이다. 일부 지역거점 병원의 경우 올해 EHR 사업 수행과제로 자리해 있어 새로운 흐름의 하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중심의 의료정보화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인건강기록(PHR)이라 하여, 환자중심의 맞춤형 의료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u Healthcare에서 일부 'home care'나 원격검진(Remote Health Monitoring)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중심의 의료정보화는 기존 'Hospital care'에 한정되어 있던 시장이 고객의 관심증대와 의료시장 성장 등에 힘입어 고객중심의 의료서비스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던 것에서 벗어나 병원을 가지 않고서도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더 나아가 사전에 질병에 감염되지 않게 하는 예방진료의 추세가 커지면서, 의료기관은 'primary care', 'home care' 등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활기를 띄는 U-City가 u Healthcare를 기본 아이템으로 선정할 만큼, 고객중심의 의료서비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IT기술보다는 정책적인 문제로 다소 주춤하고는 있으나, 법적으로 가용한 원격검진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면에서, 환자 중심의 의료정보화 시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의료영상 솔루션 강화
수년에 걸쳐 X-Ray 필름과 같은 병원의 영상 데이터들이 정부의 정책과 IT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병원이 이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의료영상분야는 PACS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영상분야 즉, MI(Medical Image) 영역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대용량의 영상데이터를 보관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하면 보다 고해상도의 MI를 구현해 낼 것인가'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도입 초기상태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HRRT-PET)가 그 예이며, 기존 PET에 선명한 구조를 보여주는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를 융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럴 경우 영상을 IT기술을 통해 재구성하는데 있어 클러스터 시스템이나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 관리, 운영하는데 필요한 아카이빙 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이미 선진국은 PACS의 2세대 영역으로 그리드 솔루션을 이용한 MAS(Medi-cal Archiving System)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Healthcare Information' 측면에서 EMR, BPM, EHR, BI 등 다양한 IT의 부상이 기대되고 있으며, 고객관리(CRM) 서비스 측면에서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향한 u Healthcare, 그리고 MI 부문에서의 MAS 등이 의료정보화의 키워드라고 하겠다. 이와는 별개로 살펴야 할 것이 있다.
최근 들어 흔히 IT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꼽는 것이 BoIT(Business of IT)다. IT가 비즈니스의 구도를 결정하거나, IT가 비즈니스와 별개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IT와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갈 수 있는 BoIT 체계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병원의 업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예컨대 병원업무 프로세스가 OCS와 EMR 바탕 위에 IT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비즈니스의 핵심인 '사람'이라는 주체를 간과하고 IT의 기술과 기능으로 많은 것을 해결하려 했다. 이제는 보다 더 사람중심의 업무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업무 프로세스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이를 위해 IT가 무엇을 하는지 살펴야 한다.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의 핵심인 사람중심의 업무 프로세스가 IT와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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