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확산, ‘재고와 SW 라이센스’가 확산 걸림돌

x86서버 CPU 시장에서 인텔과 AMD가 벌이고 있는 쿼드코어 출시 경쟁이 서버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인텔의 쿼드코어 ‘클로버타운’이 출시된데 이어 AMD 역시 최근 쿼드코어 CPU ‘바르셀로나’를 시연하고 내년 2~3분기쯤 출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업체간 경쟁으로 인해 2007년은 일찌감치 쿼드코어로 달궈질 전망이다. 관련업계는 쿼드코어의 조산을 두고 “기술 진보를 앞당겼다”는 긍정적 시각과 “듀얼코어가 이제 막 정착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는 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멀티코어 시대의 도래는 예견된 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기존 듀얼코어와 비슷한 가격에 성능은 50% 이상 향상된 쿼드코어 CPU의 출시는 싱글코어에서 벗어나 이제 막 듀얼코어 시대로 진입한 x86서버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지만 대체로 벤더들은 “결국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델 적극적, HP 소극적
주요 x86서버 업체인 HP, IBM, 델인터네셔널(이하 델), 삼성전자, 후지쯔 등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히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 쿼드코어가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델은 지난해 11월 인텔의 쿼드코어(코드명 클로버타운) 기반의 x86서버 ‘파워에지1900’ 시리즈 출시하고,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x86 서버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델이 이처럼 CPU경쟁에서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것은 기존 듀얼코어 제품의 재고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쿼드코어를 성장동력으로서 수용하기에 거리낄 것이 없다는 얘기다.
HP는 이 ‘선점효과’에 대해 조금 생각이 다르다. HP 측은 “쿼드코어의 우수성이 고객들 사이에서 입증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듀얼코어 제품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HP는 경쟁사인 IBM을 비롯해 델, 삼성전자, 후지쯔 모두 인텔의 쿼드코어에 기반한 x86서버 제품을 이미 출시했거나 가까운 시일에 출시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듀얼코어 기반 x86서버의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당장 주력 제품을 바꾸기에는 재고 문제 등에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HP는 시장을 지켜 본 후 적절한 때 쿼드코어 기반의 x86서버를 출시, 마케팅에 들어갈 것이며 현재로선 그 시기를 올해 2분기 이후로 잡고 있다.
이 밖에 IBM과 후지쯔는 각각 시스템 x 시리즈와 TX300S3를 이미 출시했으나 적극적인 마케팅 시기는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단은 듀얼코어 제품에 비중을 더 두겠지만 점점 쿼드코어의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듀얼코어와 쿼드코어 모두 올해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쿼드코어 서버를 출시한다고 해서 듀얼 코어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다. 각 프로세서별로 타깃 시장을 나눠 접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쿼드코어 기반의 서버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x86 서버 시장이 멀티코어를 향해 급가속페달을 밟는 데는 인텔과 AMD의 기술 경쟁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수년 전만해도 인텔이 독주하던 CPU 시장에서, AMD의 CPU인 ‘옵테론’은 점차 성능을 인정받아 인텔의 라이벌로 급부상 했다. 2005년 듀얼코어로 더욱 팽팽한 대결양상을 보여온 양사는 이제 ‘쿼드코어’라는 새로운 라운드에 들어선 것이다.

인텔과 AMD의 기술 공방
AMD는 “듀얼코어 2개를 결합한 형태의 인텔 제품보다 하나의 다이에 4개의 코어가 모두 들어간 AMD의 제품(최근 시연을 마쳤지만 미출시 상태)이 더 진정한 쿼드코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인텔은 “2개의 다이로 구성된 쿼드코어가 손상시 리스크가 더 낮으며, 현재로써 고객에게 가장 빨리 쿼드코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역공한다.
AMD는 “빠른 출시보다 완벽한 출시가 중요하다”며 향후 출시될 자사의 제품이 기술우위를 점하게 될 것을 자신했지만, 인텔 역시 45nm제조공정 기반의 쿼드코어 등 상위버전의 추후 출시계획을 내비쳤기 때문에(현재는 65nm제조공정 기반) 누가 기술 강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공방사이에서 HP, IBM, 델 등의 선택은 ‘둘 다’이다. IBM과 델은 현재 인텔의 ‘클로버타운’ 기반의 x86서버를 이미 출시했으나, 향후 발표될 AMD의 ‘바르셀로나’ 기반의 제품군도 함께 갖출 예정이다. HP 역시 쿼드코어 제품으로 양사의 CPU를 모두 채택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AMD의 CPU는 성능 면에서 인텔에 못지않거나, 혹은 그 이상이다. 특히 AMD의 CPU는 구조상 병목현상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돼 왔다. 그러나 업체들은 “인텔은 고객의 선호도와 신뢰성, 안정성 면에서 그 이름만으로도 절대적”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 때문에 이들 서버업체들은 인텔과 AMD 기반의 제품을 모두 갖춰 고객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후지쯔 등은 현재까지 AMD의 쿼드코어 채택을 고려해 본 바가 없다고 밝혔다.

쿼드코어 확산 걸림돌 ‘재고문제’
x86서버 업체들은 쿼드코어 CPU 확산의 장애 요인으로 듀얼코어 재고 문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문제 등을 꼽았다.
“듀얼코어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쿼드코어와의 공존은 힘들어 재고가 쌓일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인텔 측은 “듀얼코어는 쿼드코어에 비해 가격차가 있다”면서 듀얼코어 마케팅에도 여전히 비중을 둘 것이다”라고 말했다.
AMD는 “2008년 말까지는 싱글코어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혀, 시장에서 쿼드코어가 듀얼코어를 앞지르는 시점은 빨라야 올해 말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예상이다.
x86서버 환경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라이선스 정책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1CPU(소켓)당 1라이선스인 소켓기준과 1코어(프로세서)당 1라이선스인 프로세서기준 중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VM웨어, 노벨 등이 소켓기준을 선택했다. 반면 오라클, 사이베이스 등은 코어당 라이선스를 고수하고 있어, 쿼드코어 CPU 기반 서버 채택 시 비용 부담으로 작용 할 수 있다.
강현주 기자 jjoo@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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