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은 2가 아닌 0이나 1이 될 가능성 높다

 
[아이티데일리] HP가 무선 네트워크 전문기업이자 전 세계 시장점유율 2위인 아루바 네트웍스를 약 27억 달러(3조 원)에 인수해 주목을 받고 있다.

HP가 아루바 네트웍스(이하 아루바)를 인수한 가장 큰 배경은 무선 네트워크사업 강화이다. 즉 유선 네트워크 사업을 통한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2위인 반면, 무선 네트워크 시장은 4위 밖에 안 돼 2위인 아루바 인수를 통해 유무선 네트워크 시장에서의 확고한 2위를 유지하기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무선 네트워크 시장은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모바일 시장, 다시 말해 와이파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위치기반 서비스,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의 와이파이 서비스의 활용 저변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 시장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게 HP의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무선랜 시장은 시스코, 아루바, 루커스, HP 등의 순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위인 시스코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4위인 HP가 2위인 아루바를 인수함으로써 두 단계나 높은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HP의 이 같은 전략은 ‘1+1(원 플러스 원)’이 2가 아닌 0이나 1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HP는 지난 2009년 11월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네트워크 전문기업인 쓰리콤(3Com)을 27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HP는 네트워크 사업 분야의 최대 경쟁사인 시스코와의 맞경쟁을 위해 쓰리콤을 인수했으나 아직까지도 시스코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비슷한 시각으로 보여 진다. 즉 HP가 아루바 인수를 발표했을 당시 아루바 주가는 21%나 크게 올랐지만, HP는 1% 정도 잠시 상승했다가 인수 발표 전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IBM이나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에서 작은 규모의 경쟁기업들을 인수했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축소되거나 제자리 수준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즉 HP는 아루바 인수합병 작업을 7개월 후인 오는 10월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는데, 아루바는 이 기간 동안 인수합병으로 인해 영업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그 뒤를 바짝 쫒고 있는 경쟁사들의 공략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2위 자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바일 시장에서의 무선랜, 특히 차순위 경쟁업체인 루커스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네트워크 시장을 둘러싼 시스코, HP, 루커스의 치열한 경쟁이 어떻게 벌어질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참고로 HP는 아루바의 주식을 1주당 24.67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전체 인수규모는 27억 달러(약 2조 9,735억 원)이다. HP의 네트워킹 사업부문 매출은 2015회계 1분기(2014. 11~2015.1)에 전년 동기대비 11% 줄어든 5억 6,200만 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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