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데이타솔루션 대표이사

▲ 김동철 데이타솔루션 대표이사

[아이티데일리] 아직도 도매와 소매라는 구분이 있는지 혼란스럽다.

물류의 흐름상 제조사 다음에서 판매 역할을 하는 기업을 도매상이라고 한다. 도매상은 저가에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해서 약간의 마진을 취하고 다음단계인 중소규모의 소매상들에게 넘긴다. 도매상은 실 사용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반면에 소매상들은 중간 유통 마진을 포함한 가격에 자신의 상권에서 최대한의 매출을 올려야 했다. 소비자들은 시중에 열려있는 소매점을 찾아가서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으로 물건을 사거나 약간의 흥정을 할 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러한 유통 구조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고성장 시기에 가능한 모델이다. 한국은 이미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렸고, 이웃 중국도 고성장에 대한 부담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제 국면에서는 만들어낸 제품의 상당 부분이 팔리지 않는 재고로 남을 가능성이 상당해서 부도를 맞는 도매상들이 속출한다. 그리고 이를 대비하기 위하여 시장에 대한 예측과 고객의 선호도나 만족도에 대한 분석이 중요해 지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는 도매상과 소매상이라는 물리적인 다단계를 거치는 유통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상품에 따라 유통 중간에 거치는 회사가 5개 이상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생산 현장에 찾아가 물건을 구매한다고 해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가? 시골에 가서 농산물을 샀는데 오히려 더 비싼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유통 기간이 짧아서 신선하고 농약도 안 뿌렸고 등등의 이유를 이야기 하는데 사실을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심정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사례의 이유는 개인들이 생산자를 직접 마주했을 때, 생산자들이 소매상의 입장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모든 유통마진을 남기고 소비자는 단지 신선함과 현지 구매라는 만족을 얻게 되는데 왠지 형평성이 잘 맞지 않는다.

개인이 도매상처럼 보이게 할 수는 없을까? 생산자는 생산자로 남아 있게 하거나 아니면 약간의 추가 마진을 확보하면서 소비자와 상호 균등하게 이익을 나누어 가지는 모델을 만드는 방법들이 여러 가지로 실험되고 있다. 개인들도 여럿이 모이면 구매력이 커지는 법이다. 인터넷 장터에서 개인들이 모이면 생산자들은 경쟁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구도라면 개인들도 생산자들로 서로 만족스러운 시장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개인에게 배달되는 유통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하고라도 이러한 구매 모델을 택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극단적인 경우가 해외직구의 사례이다. 몇몇 업체들이 해외 명품을 수입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고수하는 전략에 반발해서 개인 소비자들이 스스로 구매 경로를 개척한 것이다. 같은 품질의 상품을 3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한다면 가히 구매의 혁신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의 한 홈쇼핑 담당 본부장은 한국으로 여행가는 중국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특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원하는 쇼핑 리스트를 홈쇼핑 사에 제출하고 면세가격으로 결제하면 귀국 후에 집으로 물건이 도착하는 면세 택배 서비스다. 그러면 관광객들은 한국에 가서 쇼핑 대신 관광을 좀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면세 혜택으로 가격을 아끼고자 여행객들이 불필요한 쇼핑에 시간을 쓰고 물건을 수입하는 물류까지 하고 있어서 관광객 입장에서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국가적인 규제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면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사실 이러한 서비스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면세한도 400 달러 때문에 공항 입국장에서 종종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400 달러의 한도가 적은 것도 있겠지만 해외를 다녀보면 우리나라의 면세점 시스템이 동남아에서 거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고도의 신용 사회임을 감안해 볼 때 해외를 다녀오면 여권을 가지고 내국 면세점에서 물산을 살 수 있게 해주면 항공사 면세점들이 타격을 입겠지만, 대국민 서비스 관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항공사들도 별도로 면세점을 운영하면 될 일이다.

또한 면세한도가 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현실화 할 필요는 있겠지만 해외에 한 번 다녀올 때마다 개인의 면세한도를 적립시켜주는 개인화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다면 비싼 물건도 구매 할 수 있는 방법이 열리게 된다.

어느 면세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이 1000 달러의 면세한도가 있다. 1500 달러의 면세물건을 살 때 1000 달러는 면세로 500 달러는 과세로 살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면세 규모를 무조건 막는 것이 방법은 아니다. 또한 정치적으로 그때그때 하나씩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구매 프로세스를 혁신해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면세 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된다면 좀 더 많은 기업들이 면세 사업에 뛰어들고 소비자들도 면세 구매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시장의 규모화와 무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고도의 빅데이터적인 마케팅 기법들이 구사될 것이다.

어느 마케팅 광고의 문구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온라인에서 고르고, 매장에서 경험하고 모바일로 산다.” 소비자들의 행동 양식이 바뀌고 있으며, 판매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야 한다.

인터넷상의 쇼핑은 편리한 반면 품질과 색상 등에서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자사의 오프라인 쇼핑몰을 통해 제공하며 결제는 개인이 선호하는 어떠한 방식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일을 하는 시기에는 인터넷이 마비될 지경이어서 자사의 백화점을 이용해 줄 것을 홍보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개인이 본인의 스마트폰과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가 가능한 상태여서 위의 마케팅 문구가 현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연결고리 속에서 단골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고, 판매를 늘려가려면 보다 입체적인 고객관리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며, 이는 현재 시스템 입장에서 볼 때 가히 빅데이터를 추구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며, 공급자가 고민하는 문제를 소비자가 대신 고민해서 공급자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공급자들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바들도 데이터로 취급하여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준비도 되기 전에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도매상의 역할로 참여 할 날이 머지않았다. 좁디좁은 한국 시장에서 토종 기업들의 경쟁력은 고도의 시스템과 빅데이터 분석력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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