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은 또 다른 에너지..., 2020년 1조 5000억 원 시장 형성

[컴퓨터월드] 에너지 절감 및 효율화 등 에너지 관련 이슈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중요한 정부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에너지 효율 확대와 절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주요 에너지 소비자인 건물에 의한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40%에 육박하며, 국내에서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의 편리성 추구에 따라 건물 등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며 선진국의 에너지 소비행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비행태에 변화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관리는 국내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또 에너지 효율을 위한 솔루션인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능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사용체계를 구축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시스템이 선택에서 필수가 돼가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향후 에너지와 IT 기술, 엔지니어링 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관리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핵심장비로 떠오르고 있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이 기술이 IT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케미칼 본사 에코랩은 에너지 관리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갖췄다.
미국 유명 시사 잡지 ‘타임(Time)’지는 불, 석유,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로 꼽았다. 에너지 자원 고갈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만큼 에너지 절약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절약을 통해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제5의 에너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와 유·무선 통신기술, 데이터 수집 및 모니터링 기술, 설비제어기술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에너지 이용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에너지 절감 종합 솔루션이다. EMS는 적용되는 장소에 따라 건물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과 공장용 EMS인(FEMS, 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가정용 EMS인(HEMS, Home Energy Management System) 등으로 구분된다.

병원, 호텔, 기업 등 건물에 BEMS를 활용하면 냉방 및 난방, 가습효과를 높일 수 있고, 태양광이나 상하부 온도차를 이용한 기술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케미칼 본사 ‘에코랩’의 경우 개폐식 천장, 자동온습도, 빛 조절, 지열 냉난방 솔루션 등 에너지 관리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갖췄다. SK케미칼에 따르면 에코랩은 기존 건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30% 이상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은 4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로 공장에 도입되는 FEMS는 각 사업체별 생산 공정을 면밀히 분석해 해당 업무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내린다. 예를 들어, 공장의 각 공정에 보일러 활용량이 많다면 효율이 높은 보일러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고 공정별 온도, 압력, 가스양, 전력량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운영시스템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HEMS는 주로 아파트에 많이 도입된다. HEMS는 입주 세대 각자의 생활패턴에 맞는 에너지 소비가 가능하도록 가이드 한다. HEMS는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외부에서도 가스밸브 차단, 거실조명 전원, 난방 전원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점검 및 관리하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 부수적 효과 기대

EMS는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주로 전력망에서 중앙 집중형으로 운영되며 자동차의 운전자 혹은 컴퓨터의 CPU와 같은 두뇌기능을 한다. 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ICT 기반 모니터링과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사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집계 데이터를 분석한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EMS 기술을 활용해 EMS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EMS는 에너지 사용현황의 시각화 및 에너지 분석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최근에는 수요반응, 예측, 분석 등 서비스 기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EMS는 지난 2010년 시행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목표를 점검 및 관리하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등 규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를 준수하며 비용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MS 구축이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이어져 기업, 공공기관의 관리 비용 절감을 비롯 국가적인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입장에서는 IT 기반의 EMS 시장을 활성화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파급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 도입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기존 운영비용이나 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EMS 시장이 적극적으로 확대된다면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기업의 공정 최적화, 생산성 향상, 일자리 및 비즈니스 창출,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부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에너지 관리 시스템(ESM) 시장 전망(사진제공=산업부)

ICT-에너지 산업 동시 육성

국내 에너지 정책은 공급 위주의 정책에서 수요관리 정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 에너지관리 방식도 과거 매뉴얼에 따른 수동적 에너지관리에서 ICT를 활용한 능동적 에너지관리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용자 중심의 EMS를 구축하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모니터링 및 ICT 기반의 EMS 보급 및 확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 기업들이 국내 현황에 맞는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ICT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산업, 건물, 주택 부분에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EMS 시장은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EMS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에너지 데이터분석이나 제어 알고리즘 등이 부족하고, 하드웨어 부문에서 고압, 고온 등 특수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분야가 취약한 상황이다. 또 시장 초기단계다 보니 EMS 구축비용이 높아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과 중소규모 건물에는 적용이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현황과 시장성을 고려할 때 EMS 시장은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약 3000여 억 원이었던 국내 EMS 시장은 오는 2020년 1조 5000억 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ICT와 에너지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전력 수요관리 ▲에너지 관리 통합 서비스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태양광 렌탈 ▲전기차 서비스 및 유료충전 ▲화력발전 온배수열 활용 등을 미래 유망 에너지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육성하고 있다. 산업부 내 에너지 분야에서 신성장동력 창출을 전담하는 에너지 신산업과를 두기도 했다. 정부는 신산업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지원해 민간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ICT와 에너지 산업간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 해당 모델의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지케스 에너지 관리 어플라이언스 장비 ‘스마트ECO 하이브리드 1500과 3500’

중견·중소 IT 기업 진출 러시

EMS는 병원, 호텔, 백화점, 기업 사옥, 공장 등 대형건물부터 전력 소모량이 많은 전산센터는 물론, 가정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만큼 적용범위가 넓다. 또 주로 에너지 관리 및 분석 SW에 관련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IT 서비스 업체들의 시장 참여하기에 유리한 분야이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삼성 SDS, LG CNS, 포스코 ICT, 현대오토에버, 롯데정보통신, 대우정보시스템 등 대기업 IT 서비스 업체들을 비롯해 지케스, 엔키아, 이지세이버 등 중견·중소 IT 서비스 기업들도 한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을 통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국내 원격 모니터링 기술 전문 업체인 지케스는 IT 장비와 전기 에너지를 하나로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어플라이언스 장비 ‘스마트ECO 하이브리드 1500’과 ‘스마트ECO 하이브리드 3500’ 등을 앞세워 대학, 은행, 병원, 공공기관 등 전산센터에 특화된 에너지 통합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케스의 에너지 관리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단일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관리(NMS), 서버관리(SMS), 애플리케이션 관리(APM), 전산설비관리(FMS) 등 기능을 통합해 제공한다. 또 데이터 분석과 가공을 통해 경영계획 수립과 방향성 선정을 위한 정보생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통합관제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

이와 관련해 박영찬 지케스 대표는 “지케스의 에너지 관리를 위한 솔루션은 병원, 대학, 공공기관 내 전력 소모가 많은 전산센터의 에너지를 포괄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전산센터 특화 솔루션”이라며 “과거 전산센터의 에너지 관리를 서버,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 등 마다 각각 진행했지만 지케스의 솔루션을 이들을 통합으로 관리해 에너지 절감 효과는 물론 유지보수와 관련한 비용과 인력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SW 기업인 엔키아의 경우에도 지난해 슈나이더일렉트릭과 손잡고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엔키아는 가상화 기술로 물리적 서버 사용량을 절감해주는 ‘제우스(Xeus)’ 솔루션과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서버 전력 사용량 측정 및 관리를 도와주는 전원분배장치 ‘랙 PDU(Power Distribution Unit)’를 접목해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엔키아 관계자는 “엔키아가 보유한 가상화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에너지 절감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이번 개발을 토대로 EMS를 비롯한 새로운 분야에서도 협력을 모색해 신사업 진출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도 에너지 관리를 위한 수단

한편, EMS 업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적용하기 위해 데이터 전문기업과 협업, EMS 분야의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EMS는 에너지 소비량을 파악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집계·분석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한다.

최근에는 시스템에 예측 및 분석 기능이 추가되며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EMS 시장의 경우 슈나이더일렉트릭, 지멘스, 인벤시스, 로크웰오토메이션 등 전통적인 업체와 빅데이터 처리 및 분석에 전문성을 갖춘 SAP, IBM 등이 협업과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모니터링이 시스템의 전부가 아니라 모니터링을 활용한 데이터를 통해 예측 및 분석이 이뤄지면서 이에 대비하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영찬 지케스 대표는 “지금까지는 석유, 불 등이 에너지 측면에서 가장 큰 가치가 있었지만 향후 10년 안에는 데이터가 에너지를 관리하는데 있어 가장 큰 가치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에너지 모니터링을 통한 데이터를 적립하고 분석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ICT와 에너지 산업을 동시에 육성한다는 정부의 계획만큼 EMS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하지만 IC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관리 솔루션인 EMS는 이제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에너지 절감에 대한 소비자의 투자 관심 부족, 비용 부담 등 때문에 민간 수요는 아직 한계가 있어 정부 공공기관이 먼저 솔루션을 도입해야 된다는 것이다.

실제 건물 소유주와 실사용자가 분리된 경우가 많아 에너지 절감에 대한 노력이 소홀한 경향이 많다. 건물 소유주는 에너지 사용에 대한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관리 투자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현재 국내 EMS 공급업체의 경쟁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제품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는 평가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장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기술, 장비 등에 대한 표준화를 꼽는다.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표준화’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준화가 안 돼있다는 것”이라며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위한 국제 표준 규격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는 회사들이 대부분이고 고객들은 표준 규격을 지키지 않은 솔루션을 그대로 도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절감을 위한 솔루션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버 등이 통합적으로 구동돼야하기 때문에 표준화를 지키지 않은 솔루션을 구축할 경우 기대에 못 미치는 효과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나 에너지 목표관리제 등과 같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ICT를 활용한 에너지수요관리에 대해 보조금 지원 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활성화돼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절감과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 지원 등 정책을 통해 보급을 확대하고 새로운 에너지 관리 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에너지 관리 기술과 ICT 기술을 융합한 복합체다. 에너지 비용 부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규제 강화와 전력 공급 부족 사태로 최근 에너지 소비 절약에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EMS는 에너지의 절감을 위해 무엇보다 어디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해 낭비되고 있는 요인과 개선 방안을 찾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솔루션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속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체계적인 도구인 EMS에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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