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망설이다가 5천원 주고 산 야생화, '향기별꽃'. 화분도 여의치 않은데다가 꽃 몇 대만 올라와 있고 이름은 향기라고 붙여져 있지만 코를 대고 맡아봐도 향은 나질 않았다. 길거리 임시화원의 주인은 꽃대가 계속 올라와 보기 좋다고 자꾸 사가라고 독촉인 듯이 보이고...이래서 더 망설였던 게다. 야생화에 대해 조금 안다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들꽃에 자신이 없었다. '향기별꽃' 옆에는 더 싼 2천 원짜리 야생화도 있었다. 풀만 몇 포기 올라와 있는 들꽃이 잘 자라줄 지도 의문이었다. 길러본 경험이 있는 야생화는 값도 싸서 이쪽에 더 끌렸다. 경험 부족으로 죽여야 했던 들꽃들이 많아서다. 들꽃 하나 사는 데도 기성, 안일, 안주하는 내 늙은 모습을 본다. 옆에 있던 아들은 좀 달랐다. 길러보지 않은 새 것을 길러보잔다. 해서 사온 '향기별꽃' 이다. 사가지고 온 지 일 주일째부터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풀보다 꽃이 더 피었다. 살 땐 맡아지지 않던 향기도 그윽하다. '것 봐' 하며 아들은 새로운 것에 주저하던 나를 자극한다. 가까이에서 자주 지켜보니 질려는 즈음의 꽃은 꽃잎이 더 하늘하늘 속이 비칠 듯이 투명해졌다. 보라색 꽃은 보랏빛 꽃으로 변하고 있었다. 몇 주째 이 들꽃이 우리 집 거실에 봄을 일찍 옮겨다 놓고 있다. 5천원으로 얻은 봄, 그 즐거움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이 그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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