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진
한국후지쯔 시스템사업부 책임 컨설턴트

최근 IT업계에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usiness Process Management ; BPM)의 확장된 개념으로나 전사적자원관리(ERP)의 다음 단계에서 전사애플리케이션통합(EAI)을 보완하는 개념으로 실시간 기업(Real-Time Enterprise ; RTE)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위의 견해나 개념들의 확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RTE라는 개념은 2002년 10월 가트너 그룹에 의해 처음 제시된 이론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학문적/실증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가트너 그룹은 “RTE는 성공과 직결된 명시적 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그 근본원인과 사건 자체를 파악, 모니터링,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며,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지연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RTE는 그렇게 확보한 정보를 활용하여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관리 및 이행 지연을 점진적으로 줄인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고객의 요구의 변화에 따른 시장의 환경 변화와 같은 기업의 외적 변화와 기업 내부의 조직간 커뮤니케이션 및 업무 공유 등과 같은 기업 내적 문제 등을 신속히 감지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하여 적절한 업무의 처리방법과 변경을 실행하는 시스템을 갖춘 기업으로 이행 발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아주 오래 전에 발표되고 언급된 이론들인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기업이나 가상 기업(Virtual Com-pany)의 발전된 개념이라고 보거나, 이전의 이론들과는 또 다른 시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RTE에서의 실시간(Real-Time)
RTE에서 의미하는 Real-Time의 의미는 ‘업무의 처리시간 절감’ 뿐만 아니라 ‘업무 처리의 지연시간 절감’에도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실제로 실무자들의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분석한 결과들을 보면, 업무 진행에 대한 처리시간 자체의 지연에 대한 비중은 30% 내외이고, 각 업무의 연계 단계에서 소비되는 지연시간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 내 시간 관리적 접근은 Event-Driven 기업에서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각 부문간 정보의 연계와 재배치를 통하여 업무의 시간적 효율화를 꾀하는 방편으로 활용되어졌으며, RTE는 그것을 기업 외부와 고객에게로 연결되는 부분까지를 확장하는 개념으로 발전, 진화(evolution)시키고 있다.
따라서 RTE를 추구하기 위한 기업은 해당 기업의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시장변화를 감지하고, 그 변화를 예측하고 분석한 결과를 즉각적으로 기업 내부에 반영하여 제품의 개발과 생산, 물류 등 자원의 실시간 대응 배치에 활용해야 하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하여,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 향상과 조직의 적시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기업의 이윤 추구와 가치 창출로 승화해야 한다.
이미 RTE 구현의 사례로 잘 알려진, 델컴퓨터의 ‘사용자 주문 생산 방식 시스템’이나, IBM의 ‘온 디맨드(ON Demand) 전략’은 외부의 환경과 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Wall-Mart)는 현재 200여 중점관리 대상 상품에 RFID 시스템을 도입하여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노력을 꾀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대표적 패션 회사인 자라(ZARA)도 고객의 취향에 따른 디자인과 제품을 최단시간에 제공함으로써 세계 패션 시장에서 GAP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RTE 구축의 전략적 전제조건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RTE는 내부적인 업무 처리 지연 부문의 효율화와 기업 외부의 시장 정보를 분석, 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과 시장 대응 방향을 개선하고 제품의 생산과 공급을 유연하게 변경함으로써, 시장 환경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RTE가 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정보의 전달 체계 안에서 기업의 내·외부에 공유되고 활용될 수 있는 IT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러한 RTE 구축의 전제조건으로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전략적/기술적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IT 인프라의 구축과 경영 전략적 측면에서 첫째, RTE를 위한 솔루션이나 애플리케이션의 도입을 추진할 경우(아직은 RTE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패키지 형태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nterprise Architecture ; EA)관점의 EAI 전략과, 정책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매뉴얼화 된 시스템 구축의 체계가 필요하다.
RTE를 구현하기위해서는 여러 가지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인 경영정보 시스템들 즉, 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제품수명주기관리(PLM), BPM 등과 또다른 시스템간의 정보 연계와 통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RTE 구현 기업은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ervice-Oriented Architecture ; SOA)와 같은 기업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IT 아키텍처 정책과, 업무 역량 집중화(또는 아웃소싱)를 감안한 ITIL(IT Infrastructure Library) 프레임웍과 같은 IT 서비스의 구조적인 업무 표준 전략이 요구된다.
둘째로 데이터의 관리와 스토리지 및 하드웨어의 시스템 구성을 감안한 기업 정보 전체에 대한 데이터웨어하우징 작업과 데이터 마이닝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RTE와 같은 대형 기간시스템 환경은 불필요한 하드웨어의 낭비와 정보의 중복을 최소화하는 실질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하고, 실시간 공유를 전제로 한 RTE 환경에 있어서 정보 자체의 경량화와 정보 수명주기 관리(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 ; ILM) 관점의 데이터 관리는 경제적이고 응답(Response)을 빠르게 하는 시스템 구축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두 가지 사항과 더불어 경영 전략적인 측면에서 셋째, 기업업무 자체에 대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혁신적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는 당연한 전제조건이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가장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일부를 제외한 대개의 국내 기업들은 IT의 유행에는 민감하나, 실질적인 정보 인프라의 구축 상황은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제한된 몇 가지의 단편적 사례를 빼고는, 국내 기업의 도입 사례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거나 벤치마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특정 기업이 어떠한 시스템을 언제 도입했냐는 단순한 결과보다는, 그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여 이익을 창출했는지 그리고 시스템이 기업의 혁신성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 원인인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가 기업 내부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하여, 매우 감정적이고 배타적인 시각으로 접근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감성적 결론을 도출하곤 한다. 이는 CEO의 강력한 업무 개선 의지와 더불어, 구성원들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시장 상황 대응 자세와 판단을 요구한다.
넷째, 전략의 실천을 위한 지속적인 시스템과 비즈니스의 변화관리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별도의 전담 부서를 두거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여, 시스템의 도입 작업을 진행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의 유지보수와 변화 관리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업무 형태를 고수하려는 기업 내부의 저항을 떨쳐내기 위한, 제도적 업무 프로세스의 조정 작업과 인센티브 제도도 병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이미 구성된 기업 내부의 부문간 정보 공유와 업무 협력 체제에 대한 새로운 위상의 정립과 효율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보완하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업 외부의 정보 변화에 대하여, 좀더 가치 중심적이고 효율적인 기업 내 정보 전달과 시장의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RTE를 위한 기업 내·외부 정보의 가치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기업내부와 외부 조직간 신뢰와 협력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의 핵심역량집중과 역할의 전문성에 따르는 아웃소싱 환경의 중요한 전제조건은 그 유통정보의 신뢰성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PLM을 넘어 DDSN, 그리고 RTE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RTE의 대표적 사례로 알려진 대부분의 내용들은 기업의 전체 기반 업무를 몇 가지의 단위 솔루션으로 전제할 경우, ERP를 기반으로 하는 SCM과 CRM의 연계에 편중되어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SCM과 CRM 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핵심 업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에 관련한 정보들이다. RTE의 중요한 관점 중 하나인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제품의 적기 생산은 이러한 정보들을 관리하고 실행하는 시스템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시장의 요구 변화에 합당한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환경의 기반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물류 시스템과 소비자 성향 분석이 나오더라도, 한낮 속 빈 강정에 불과한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PLM을 RTE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RTE 관점에서 PLM 이해를 도와주는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유명한 소비재 글로벌 기업인 P&G(Procter&Gamble)가 적용하고 있는 ‘수요 주도형 제품공급 네트웍(Demand Driven Supply Network ; DDSN)’의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DDSN은 AMR 리서치가 2003년 제시한 개념으로, AMR 리서치는 “과거의 기업이 내부의 비용이나 생산성 측정에서 제품의 가용성과 성장성을 관리/측정하던 관점이었다면, 현재는 유통의 단말인 포스(POS)로부터, 소비자의 수요에 대한 신축적인 제조 환경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고 제조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P&G는 “재고 제로(Zero), 제조로부터의 손실 제로”라는 사실 모멘트(Moment)로부터 기업 경영과 생산의 관점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미 많은 부문에서 <그림 1>과 같은 밑그림을 가지고 DDSN을 실현하고 있다. <그림 1>의 구성도는 AMR 리서치의 보고서를 근거로 필자가 재구성한 이미지이다.
이와 같은 DDSN의 조기 달성과 필수 요소를 AMR 리서치는 다음과 같은 IT측면의 우선 적용으로 요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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