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개와 고양이를 붙여 놓으면 '으르렁', '캬악' 하고 앙숙처럼 싸우지만, 어릴 때부터 붙여 놓으면 둘은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로 닮아가기도 한다. 페르시안 고양이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는 세살박이 마르티스 강아지의 하는 짓은 꼭 고양이를 빼닮았다. 개답지 않게 팔짝팔짝 뛸 때 보면 영락없이 고양이고, 먹을 것을 순간 채갈 때 보면 역시 고양이다. 동물들이 워낙 조심스럽긴 하지만 고양이과 동물들이 더 심한데 이조차 옮겨왔다. 놀이감에 무조건 달려들질 않는다. 동물들이 원래 경계심이 많다 하지만 역시 고양이과 동물들이 특히 많은데 이 또한 닮아왔다. 5분전 고개를 갸우뚱하며 주시하는 모습에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외모는 분명 강아지건만 하는 짓은 꼭 고양이인 친척집 '쿠키'는 이래서 짬뽕으로 통한다.
이렇듯 앙숙지간도 섞어 놓으니 서로 동화돼 사랑스런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물며 사람들 간에야.... 미국에서도 유치원 때부터 흑인백인 한데 어울린 아이들은 커서도 별 갈등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지역구도 해소라며 내놓은 연정론을 짜증나게 듣다보니 문득 영남호남 어린 아이들의 한데 어우러짐이 오히려 더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고양이 같은 강아지로부터 뜻밖의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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