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同行流浪 6.

사모에게 돌아가는 세상 소식을 또 듣고는, 삿갓 선생, 살아 생전 자기 시를 다시 꺼내 읊조린다.

이 대로 저 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살아가기 이 대로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른 대로 맡겨 저 대로
손님접대는 집안형편 대로
장거리 팔고 사기 시세 대로
만사를 내 마음 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지나가세.

읊던 <竹(대로)詩>를 끝내며 덧붙이는 한 구절이 애달프다.

이 백년 후 다시 태어나도
이 몸은 삿갓 쓰고 살 팔자.

서울로 입성한 김삿갓이 광화문을 걷는다.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바라보며,

죽음으로 남해바다 지키던 충무장군 여긴 웬일이오.
경복궁을 지켜 섰나 청와대를 지켜 섰나.
위중한 나라 건져내고 위급한 백성 구했건만
사 백년 지금 와선 나라, 백성 멀리 하고
권력 앞의 보초병 신세라니.
대한 영웅 이 푸대접인 건 누구의 소행이라더냐.

광화문 네거리에선 넓은 길을 가로 막고 주저앉는다.

넓어지고 깨끗하고
누가 여길 그전 광화문으로 보겠는가.
몸뚱이 간 데 없고 죽창에 목만 달랑 달려
피흘리던 역적죄인 탐관오리 다 어데 갔나.
아마도 이리 말끔한 걸 보니
거리처럼 세상도 깨끗해졌겠구나.

저손마다 들고 있는 대자보 글좀 보세.
반대요 철회요 요구요 소청이 아닌가.
저손마다 안고 있는 촛불소망 읽어보세.
평화요 평등이요 민권이요 자주가 아닌가.
백성의 불만 아직 거리에서 요란하니
달라진 건 겉뿐이요 달라진 건 결국 없네 그려.

공짜 신문 주워 보던 사모, 미국 부시가 남우주연상을 받게 됐다는 기사를 보고 패러디 대가, 김삿갓에 버금간다 하니, 삿갓 선생, 우리와 달리 생겨 먹은 서양인 사진으로 관상하길,

양미간이 가운데로 몰려 심술을 부리고,
콧구멍에 바람이 찼으니 똥고집일세.
눈은 떼꾼하고 입은 생뚱맞으니
생떼거리 아이라면 아이려니 하지만,
흰머리가 필시 어른이니 애물 골치덩이일세.

사모가 받는다.

남미 칠레 하였더니 남미에서 전쟁 났다 야단이고,
체첸 반격 하였더니 충북 제천으로 출격이라.
남우주연상 수상 듣고 만면에 희색이던 부시 역시 이 꼴이니,
허리우드 시상식 참석 위해 새 턱시도를 챙기느라 부산떤다.

사모, 스스로 묻기를, '만약에 한국에도 이런 상이 생긴다면?' 남우주연상은 당연히 하면서,

시상식에서

영화, 「신명나는 야비한 인생」에서 대낮 호텔방 앞에서
침묵으로 열연한 남우주연상 수상자, 정력근 씨의
수상소감을 듣겠습니다.

"수세에 몰리면 쥐새끼마냥 일단 몸을 숨기고 일가인 정태수처 럼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나의 소신이 이번에도 또 적중했습니다. 야비하게 살면 인생은 100배 더 즐거워집니다.
야비하게 사는 법, 이것이 내 인생 100배 즐기기지요."
다음은, 다큐멘터리, 「신물나는 투기 부총리」에서 기획상을 수상한 너무한 씨의 소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기준에 이어 이헌재까지, 두 이 씨를 성격배우로 내세웠지만
배우만 유명세를 탈 뿐 기획자는 아무 실속도 없더라고요. 이들처럼 돈이라도 벌어 챙겼어야 하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더니 내가 이 꼴난 셈이죠. 맞죠? 맞고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수 실용주의자인 내 꼴이 말이 아니게 됐으니, 이 참에 실속 좀 챙겨보려 합니다. 해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번 기회에 배우로 나서야겠다 이겁니다."

아, 그래서... 쌍꺼풀로 성형을? 대사 외기 하느라 그리 자주 말 구설을 올린 건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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