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정보개발원, 터무니없이 낮은 비용으로 무리한 라이선스 요구...사업성 기대 못해

[아이티데일리] 국내 DB암호화 시장이 자칫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2의 그룹웨어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곳은 다름 아닌 안전행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다. 지난 7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자치단체 공통기반시스템 DB암호화 기반 마련을 통한 ‘시도·새올 행정시스템 개인정보보호 강화사업’을 발주했다.

해당 사업은 기 구축된 공통기반 새올 행정시스템의 노후화된 장비들을 교체하면서, 새롭게 도입되는 서버들에 대해 DB암호화를 적용하기 위해 계획됐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관련법을 준수하기 위함이다.

비록 좋은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사업이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에 필요한 476개의 서버 라이선스를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요구하면서, 업계로 하여금 향후 DB암호화 사업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게끔 했다는 것이다.

업계 현실 외면한 가격 책정

DB암호화 업계는 해당 사업에 책정된 예산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업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약 33억 원.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경우 라이선스 당 7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가격은 라이선스 발급 비용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수정 등 개발비와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한 것이다.

특히 업계는 해당 사업이 3년 동안 매월 유지보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245개 시도 및 시군구에 직접 인력이 파견돼 유지보수를 진행할 경우, 해당 인력의 교통비만 대략 3억 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것.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업이 라이선스 당 평균 1억 원 정도가 책정되어야 하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7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예산으로 책정됐다는 것은 업계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불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W를 창조경제의 핵심과제로 삼겠다며 ‘SW 중심사회 원년’을 선포한 것과 달리, 일선 현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발주하면서 관련 업계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최근 SW 가치 인정과 제값 받기,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산하기관이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향후 관련 사업 실종…온나라 시스템 답습하나?

또한 업계는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낮은 가격발주가 아닌, 향후 관련 사업의 실종에 있다고 강조한다.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향후 공통기반시스템에 탑재될 업무시스템에 대해서도 활용이 가능한 라이선스’라는 문구로 인해, 새올 행정시스템 이외 시스템 구축사업에서 DB암호화를 진행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 제안요청서에 붉게 표시된 항목으로 인해 업계는 향후 DB암호화 사업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 공통기반시스템은 시도·새올 행정시스템과 표준지방인사정보시스템, 지방재정관리시스템, 건축행정정보시스템 등 총 10가지에 달한다.

그러나 발주된 사업이 시도·새올 행정시스템에 국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진행될 나머지 사업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요구함으로써, 더 이상 DB암호화 사업이 발주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올 행정시스템 사업으로 인해 향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 업계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이나 시스템 개선 등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라며, “과거 정부가 추진한 온나라 시스템 사업으로 인해 그룹웨어 업계가 추가적인 기술개발을 포기하고 무너졌던 전철을 DB암호화 업계도 밟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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