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보안사업에 참여한 것을 두고 관련업계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시만텍, 맥아피, 트랜드마이크로, 안철수연구소 등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의 이해타산을 떠나서 과연 마이크로소프트의 보안사업 참여가 상도 상 정당한 것이냐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월 1일을 기점으로 미국시장에서 윈도우 라이브 원케어를 선보이며 그동안 담금질을 해오던 보안사업에 뛰어들었다. 윈도우 라이브 원케어에는 기본적인 보안 기능인 안티바이러스, 안티 스파이웨어, 방화벽 등과 윈도우 시스템을 위한 백업, 튜닝 툴 기능 등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보안사업에 대해 "기존 보안업체와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단순한 보안 솔루션이 아닌 통합 PC 케어 솔루션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PC상에서 발생하는 보안상의 문제를 일괄 관리해 준다는 전략이다.

가격도 파격적이다. 일반가정 시장에서 3대의 PC까지 49.94달러(연간)면 이용이 가능하다. 시만텍이나 맥아피의 제품 가격이 120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이다. 이쯤 되면 시장 경쟁력도 충분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보안사업 진출에 대한 관련업계의 시각은 일단 냉담하다. '자사 주력제품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공한 보안서비스'를 상용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것에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윈도우 기반의 PC에서 발생하는 보안 문제가 모두 MS의 운영체계(OS)인 윈도우나 MS 워드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윈도우 기반의 PC는 세계적으로 해커들의 주 타깃이 되어 왔으며, 지금까지 수많은 보안상 취약점이 보고되었고, 수정되어 왔다. 따라서 MS는 자사 제품의 보안상 취약성을 커버하기 위해 무진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MS의 노력은 주력제품의 결점을 보완해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종의 '사후 관리 서비스 및 A/S'나 다름이 없다. '버그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벤더의 노력 및 서비스인 것이다.

MS 본사 한 임원은 "본사 차원에서 보안과 관련해 매출 목표나 계획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보안 서비스가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마땅히 매출목표가 설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회사 어디에서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MS의 보안 사업은 사업이 아니라, 단지 "원케어의 개발과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사용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코스트 리커버리(Cost Recovery) 수준의 비용 전가"라는 얘기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MS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공급한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는 결점을 꾸준히 보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비용마저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MS는 글로벌 IT 대기업이다. 누가 보아도 큰 경영, 믿음직한 구석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MS의 보안사업은 최근 2008년 은퇴 뒤 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게이츠 회장의 뜻이 퇴색되지 않는 선에서 영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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