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을 현재 46%에서 2009년까지 10%만 낮추어도 현재 12조5천억원 규모의 IT산업은 18조5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다." 지난달 8일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소프트웨어 경제 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전망이다.
BSA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라고는 하지만 회원사 대부분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BSA가 각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주기적으로 조사 발표하고 있는 소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미국이 스페셜 301조를 적용한 우선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익단체의 성격이 크다.
BSA는 최근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의 불법복제율을 2009년까지 10% 낮추면 GDP는 2조9천억원 늘어나고, 1만8천여개의 신규고용이 창출되고, 또 2조1천억원 이상의 매출증가 효과를 가져 온다고 주장했다. 또한 8,870억원의 추가 조세수입이 생긴다는 것도 덧붙여 놨다.
BSA의 발표 의도나 전망에 대한 가능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불법복제율에 대한 조사방법이나 나아가 소프트웨어의 가격 체계에 대한 고민은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BSA는 지난 몇 년간 IPR이나 IDC 등 세계적시장조사 전문기관에게 의뢰해 우리나라를 비롯, 국가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을 조사, 발표해 왔다. 문제는 발표한 불법복제율 수치의 신뢰성 여부. 오래전 이미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신뢰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고, 최근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수치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2005년 SW정품 사용실태 및 의식조사 연구'에 따르면 위원회 자체조사에 비해 BSA 발표수치가 2003년기준으로는 15% 이상, 2004년에는 12%나 높게 불법복제율 수치가 발표됐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일각에서 BSA가 회원사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기 위해 SW 불법복제율을 조사하고, 또 이 수치를 바탕으로 한국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 지난해 정통부는 BSA의 발표수치를 기준으로 국내 SW 불법복제율을 낮추자는 이른바 억제정책인 'SW 불법복제율 하향조정방안'을 발표한바 있다. BSA는 충분히 만족했고, BSA는 환영 메세지를 발표했다.
거슬러 2000년대 초반 BSA의 조사결과는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했고, 또 검찰을 동원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이라는 '행사'를 만들어내는 등 적지 않은 힘을 보여줬다. 불법복제 근절만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BSA의 논리일 뿐이다.
한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인은 "복제방지를 위해 들이는 비용을 차라리 제품의 완성도 향상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체험판 등을 통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해보고 실제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 적절한 가격이라면 복제보다는 돈을 지불할 준비를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세계적 IT강국의 모습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의 가장 큰 원인은 정품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BSA는 그간 보여줬던 불법복제 단속과 적극적인 불법복제율 조사만큼 합리적인 SW 가격수립에 나서야 한다.
BSA는 이제 신뢰를 보여줘야 할 때다.

사법개혁 앞당기는 전자재판 구현 '갈길 멀다'

진정한 사법개혁은 국민들이 법에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재판절차가 간단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비리가 개입될 소지를 차단하고 권위의 틀을 벗어버릴 수 만 있다면 최상의 개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원은 여전히 문턱이 높다. 관련 서류를 제출하거나 증명서 하나 발급받는 것도 쉽지 않다.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시키는 대로 다니다 보면 기진맥진해진다. 조금이라도 데이터 관리 같은 전산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 황당하다. 채권추심을 위해 공탁업체 명단을 확인하려 해도 일목요연한 종합적인 데이터를 찾을 길이 없다. 채무자들이 분명히 법원에 서류를 접수했는데도 접수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법원 현실이다. 자료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 자료를 내놓을 수 없다면 국민들은 재판의 다음 이행절차, 자료접근 및 증거확보의 형평성에서 일단 불이익을 받는 꼴이 된다. 마치 수북이 쌓인 종이문서, 어렵게 만든 재판절차를 통해 권위를 세우려는 것처럼 보인다.
법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종이문서 없는 전자재판, 전자법원 구현을 목표로 '전자법원 및 전자파일링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그 1단계 파일럿 프로젝트로 '독촉절차 전자파일링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2010년까지 추진될 이 사업을 위해 법원이 종합적인 전자문서 활용에 관한 관련법 '재판절차에 있어서의 전자문서 이용에 관한 법(안)'을 만들어 법무부에 법 제정을 의뢰했으나, 변호사협회 등의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반대 이유는 전자파일링시스템의 정확성 및 보안이 보장되지 않아 전면적인 시행은 어렵다는 것이다. 사법부와 관련된 이익집단들의 속내야 어떻든 법무부는 파일럿시스템으로 구축한 '독촉절차 전자파일링시스템' 만을 운영할 수 있는 '독촉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로 축소해 국회에 상정했다. 법 제정을 의뢰한 지 1년여 만이다. 따라서 향후 어떤 전자문서가 구축이 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총괄적인 '재판절차에 있어서의 전자문서 이용에 관한 법(안)'은 사장됐으며, 그나마 축소 합의한 '독촉절차 전자파일링시스템'도 법안 상정이 늦어지고 국회가 파행 운영되는 바람에 아직까지 시행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독촉절차 전자파일링시스템은 당초 2005년 2월 개통예정 이었으나, 이제는 아무리 빨라도 시스템 구축 14개월여 만인 올 4월이나 되어야 국민들에게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현행 재판진행 절차를 전자문서화 할 경우 전체 국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법원과 관련한 업무로 생활을 꾸리는 조직이나 개인들은 당장 번거롭고,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진정한 사법개혁은 '국민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모두가 하루 빨리 전자법원의 구현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사법부 내부 사람들을 위한 사법개혁 보다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이 진정한 사법개혁"이라고 한탄하는 법원 관련 인사의 말이 가슴속에서 내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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