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가격 상향 조정, 국·공립대와 사립대 유지보수 요율 차등 적용
최근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의 가격 및 유지보수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민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국내 주요 사립대학 IT관리자들은 “대학은 업무 및 시스템 운영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오피스, 통계, 그래픽, 공학 관련 패키지 등 많은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가격이 납득하지 못할 수준으로 매년 크게 올라가고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당하다”면서 “교육적인 측면과 잠재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좀더 현실적인 정책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대학들마다 소프트웨어 도입 단가가 다른데다 특정 DBMS 업체의 경우 국·공립대와 사립대에 적용되는 유지보수 요율이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며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도입 및 사용 가격, 유지보수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라클 유지보수 정책과
SAS 라이선스 가격이 쟁점
현재 대학에서 가장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곳은 오라클과 SAS다. 한국오라클은 현재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유지보수 요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어 사립대학의 불만을 사고 있으며, SAS 코리아는 2003년 본사 차원에서 변동한 가격 정책을 지난해부터 국내에 정식 적용하면서 대학 IT관리자뿐만 아니라 통계학 교수들이 소속되어 있는 한국통계학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학 관리자들은 오라클의 정책에 대해 “현재 국내 법률에서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립된 사립대학들도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어 있는데다 감사원과 교육부의 감사나 정보공개 등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에 준하는 의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공급업체들이 마음대로 해석해 차등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법률은 지난 1998년 12월 개정된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로, 이 법 제2조 공공기관의 범위에서는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 1호에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 기타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각급학교’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 기존에 교육기관에 사이트 라이선스 개념으로 도입되던 관행에서 수업용과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라이선스 판매 정책이 분리되고 비상업 연구용은 제외되면서 기존 보다 사용가격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AS는 지난해 정식으로 적용하면서 국내 정서를 감안해 비상업 용도의 사용에 한해 수업용과 연구용 라이선스를 통합 계약할 경우 인원수에 관계없는 사이트 라이선스를 인정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또한 새로운 버전 9에서 기존의 버전 8의 ACO 패키지의 모듈 구성을 변화해 ‘E-마이너’를 제외하는 등 AI 패키지로 모듈 구성을 변경한 것이 “가격체계 인상을 위한 조처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서울지역의 대학이 주축이 되어 전국대학IT관리자협의회 차원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한글과컴퓨터, 오라클, SAS 등 몇몇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관련 의견과 요구사항을 제출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이미 교직원과 교수, 학생 수에 따라 적용하는 각각의 아카데믹 라이선스 비용을 조정하고 학교별 공동의 가격조건을 맞춰주기로 한 상태다. SAS도 수업용과 연구용 패키지를 함께 사용 계약할 경우 통합 사이트 라이선스 적용에 교육기관은 지난해에 비해 5%의 가격 인상과 함께 협의회를 통해 구매할 경우 3%의 가격 인상에 5% 추가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계학회는 계속 반발하면서 2년 전 가격체계로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며, 오라클 유지보수 요율의 경우에도 대학 IT관리자협회와의 협상이 제대로 타결되지 않아 몇몇 대학의 유지보수 재계약 보류 사태가 발생하는 등 민감한 상황이 되고 있다.
전국 대학IT관리자협의회
의견서 제출 등 대응 나서
통계학회는 이미 지난 2월 ‘안티-SAS’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이후 SAS의 관련 요구수용 불가 방침이 전해지면서 급기야는 지난 3월 20일 통계학회 명의로 회원들에게 발송된 공문에서 올 학술논문발표회와 학회 명의 워크샵에서 SAS를 배격하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는 것에 더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가능성 검토, 타 학회와 안티 SAS 운동 공조 방안을 적극 검토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SAS측은 “본사 차원에서도 잠재고객인 학생들로 이용자를 많이 확보해 저변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교육기관은 타업종에 비해 오히려 혜택을 줘 왔다”며, “국내의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되고 있음에도 무조건적인 가격 환원 요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같은 제품으로 대학별로 도입 가격이 다르다는 것과 모듈 구성 변경이 가격 인상을 위한 조처라는 것은 오해”라며, “가격 차등은 수업용과 교육용 가격 정책 분리 구매로 발생한 것이며, 버전 9에서 옵션으로 판매되던 엔터프라이즈에 사용 모듈을 제외하고 다른 모듈을 추가해 총 14개 모듈이 통합 제공되는 현재의 아카데믹 라이선스는 오히려 사용자 제공 혜택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오라클의 경우, 이미 몇몇 대학은 오라클의 사립대학 유지보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유지보수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오라클은 지난 2003년 유지보수 요율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도입가)의 22%로 조정한 바 있으며, 현재 정부·공공기관에만 8%를 예외 적용하고 있다. 오라클은 유지보수 정책 변화로 지난 2년 전에도 금융권의 거센 반발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는데, 은행의 경우에도 단계적으로 1%씩 인상해 올해부터 정식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상화 되어 있는 상태라는 오라클측의 설명이다.
사립대학들이 국공립대와 같은 수준 적용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오라클측은 “해결에 나설 의지는 있다”면서도 “사립대학은 비영리기관이지만 공공기관으로 명시되는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요구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상곤 오라클 서비스본부장은 “비영리기관과 국가기관은 엄밀히 다르다. 사립대학은 비영리기관일뿐 재경부 예산 편성 지침에 의해 예산이 편성되는 국가기관으로 명시되는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유지보수 비용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따라 달라지는데 교육기관은 이미 다른 시장과 차별된 라이선스 가격체계를 적용받고 있으며, 금융권처럼 지주회사로 운영되는 하나의 기관도 아닌데 교육기관 전체에 동일한 요구를 적용하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또 유지보수 해지와 관련해서도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기존 투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새로운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진 것과 동일하며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지 않아 기관의 자산관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계약을 하지 않으면 결국 새로운 제품을 사게 되는데 이는 결국 이중투자를 낳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SW 가격 및 유지보수 체계
올바로 이해해달라”
오라클과 SAS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러한 문제는 가격만을 보고 소프트웨어 가격이나 유지보수 서비스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교육기관에는 많은 혜택을 제공함에도 교육용과 운영관리 또는 상업용 사용을 구분하지 않은 채 사용하려고 하거나, 국내의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하거나 다른 국가에 비해 혜택을 많이 제공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가격체계나 하드웨어 적용 기준만을 내세우는 등 소프트웨어 사용 인식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오라클과 SAS측은 “소프트웨어는 유지보수나 임대와 같은 라이선스 사용계약 방식은 매년 새로운 제품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제품 감가상각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제품을 사는 하드웨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등 사용자들이 제대로된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의 발전 토양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IT관리자협의회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를 제 값주고 쓰기 싫다거나 무작정 싸게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으로 형평성에 맞게 사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라클이 대학에서 제시하는 근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 기준만을 내세워 계속 차등 적용한다면 전국 대학 차원의 유지보수 계약 해지 등 보다 적극적인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협의회 차원의 소프트웨어 가격 관련 공동 대응 움직임은 오라클, SAS,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현재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SPSS, 어도비와 설계프로그램(캐드)을 공급하는 오토데스크 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될 조짐이어서 당분간 소프트웨어 업계는 홍역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지 기자 yjlee@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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