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확보도 덩치 순(?)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레퍼런스 사이트의 존재 유무는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들, 가령 삼성전자, 포스코, 국민은행 등을 첫 고객으로 확보했다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특히 업종별로 특화된 시장을 공략할 때는 더더욱 유용하다. 국내 기업들은 동종업계 사례 여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선두기업의 선택을 매우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ERP 시장의 최대 이슈를 이루고 있는 대한생명의 ERP 사업자 선정 역시 이러한 선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빅3 생보사중 마지막 ERP 프로젝트로 평가돼 솔루션 업체를 비롯한 컨설팅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LG CNS와 삼일PwC가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삼성SDS와 한국IBM이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컨소시엄 구성이 과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LG CNS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ERP 프로젝트 멤버들이 다시 모였고, 삼성SDS 컨소시엄은 삼성생명 ERP 구축 구성원을 중심으로 팀을 이뤘다. 동종업계 사례를 중시 여기다 보니 컨소시움 구성도 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 사례확보는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이긴 하나 이는 동종업계 선두 기업에 국한된다. 작년 하반기 무렵 금융 관련 공공기관 A는 EA 컨설팅을 시작으로 차세대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A는 컨설팅 및 IT 업체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아무도 제안 작업에 응하지 않은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A보다 더 규모가 큰 B 기관이 조만간 ISP를 비롯해 차세대 프로젝트를 발주할 계획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는 인력 운영의 문제가 주된 이유였으나, 그 이면에는 B사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기 위한 사려 깊은 행동이 있었다. 당시 A사는 B사와 기능 이전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었고 그 문제는 ISP에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 업무라 B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A사는 약자의 서러움을 곱씹으며 야심차게 세운 ISP를 전면 폐기해야 했다. 결국 IT 투자 계획을 대폭 축소했고 그나마도 자체 인력으로 수행해야 했다.
B사 차세대 프로젝트는 아직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이트 확보는 덩치 순이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 법칙이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욱>

SI 자회사 설립 붐 제약업계도 예외 아니다
재벌 기업들이 약 20여년 전부터 그룹사의 전산실 조직을 모아서 SI 자회사를 만들더니, 최근에는 제약회사 그룹의 전산실도 IT 자회사를 하나 둘씩 만들고 있다.
현재 제약회사가 SI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동아시테크(동아제약), 한미IT(한미약품), 중외정보기술(중외제약), 비알네트콤(보령제약), 현대 I&S(현대약품) 등 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각 사별로 전산실 운영에 따른 중복투자 방지와 업무 노하우의 활용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단이다"라고 말한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이 계열사 중심의 SM(Service Management)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점차 의약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을 기반으로 병원과 제약회사를 타깃으로 영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약업체들의 IT 분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대형 재벌 회사도 SI 시장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과연 이 같은 시장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시장의 수요층이 일단은 제약회사임을 감안하면 경쟁 제약회사에 대한 전략 노출의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뿐 아니라, 대형 제약사의 경우 SI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대형 SI업체들의 경우 헬스케어팀을 거느리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SI업체들과의 경쟁이 녹녹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의 모 CIO는 "과거에는 비록 업종상 경쟁 관계였다 하더라도 카운터파트너로써 관심분야가 같아 서로 정보교류를 하는 자연스러운 관계였으나, 이제는 SI를 설립한 동종업계의 CIO를 만나면 영업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해서 불편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한다.<주>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않는 배짱
지난 달 13일 엔씨소프트의 대표적 MMORPG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가 사상초유의 개인정보 도용 가입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이 문제는 범국가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국내 유명 포탈 게시판에 자신의 명의도용 사실을 알린 한 사용자에 의해 전파된 이번 명의도용 사건은 피해자의 수가 점차 늘며, 23일까지 열흘 간 약 20만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초기 안일한 대응으로 구설수에 오르던 엔씨소프트측도 현재는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듯이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사건이 터진 뒤 수일 동안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오히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세워 책임회피라는 지적도 받았다. 또 사건 발생 직후의 대처도 일반인의 원성을 샀다. 피해자들이 고객센터에 피해사례를 접수하려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또 본인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사본이나 신분증 사본을 팩스 또는 이메일로 보내라는 등 피해자들이 다시금 개인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우선 휴대폰 인증제를 도입했다. 회원가입 마지막 단계에 휴대폰으로 보내진 인증번호를 입력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명의도용 피해자들의 신고 전화세도 엔씨소프트가 지불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 동안 안일하게 대처해온 행태 때문에 못미더운 눈치다.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너무 상업적이고 사건의 축소에만 신경 썼던 엔씨소프트를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가입절차 보다는 해지 절차가 당연히 까다로워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안일한 사고방식 때문이라면 너무 무책임한 처사이다. <상>

한국 스토리지 시장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한국 스토리지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작동하는 질서가 존재하는가?
스토리지 업계 뿐 아니라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난히 세계 스토리지 시장과는 다른 환경의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세계적으로 전체 스토리지 시장의 1,2위를 다투는 HP와 IBM이 한국 스토리지 시장에서는 유난히 맥을 못 추는 반면 EMC나 HDS가 유독 강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열세를 극복하고 한국 시장에서의 선두 탈환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HP의 아태지역 부사장인 안소니 찬은 2006년에 한국 스토리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선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안소니 찬은 "한국 시장의 경제 상황이나 시장의 특수성 등 어려운 요인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HP가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낙관적이다"라며 목표가 지나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IBM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품 라인을 정비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며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2006년 안에는 EMC를 1위에서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EMC가 선방을 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스토리지 시장 초기에 전략이 좋았고 우수한 영업력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한국 IT 업계는 시스템 도입시 제품의 기능과 기술력과는 별도로, 시장의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초기 시장에서의 우위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EMC는 엔터프라이즈는 물론 중대형급, 중소규모에 이르는 광범위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스트로지 플랫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어필했다는 평가이다. EMC는 스토리지 업계의 최강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비롯,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HP나 IBM을 능가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무엇보다 신속한 일처리와 문제 해결 처리 과정의 단순명료한 프로세스가 EMC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것이다.
한국HP는 그동안의 열세를 벗어나 최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빠른 서비스,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EMC와 맞붙겠다는 전략이다. 한국HP는 지난 2005년 3분기에는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으며, 테이프 스토리지 시장에서는 1위를 기록한 점을 들며, 스토리지 시장 선두 탈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지난해 뛰어든 VTL 시장에서도 HP는 빠르게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고, 다양한 솔루션과 제품라인으로 아카이빙, 백업 등 ILM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어, HP의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선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HP의 김광선 이사는 "지난 분기에 아태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매출 목표를 달성, 한국 스토리지 시장에서 HP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HP는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선두를 확보하기 위해 서버와 스토리지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서버 업계에서의 우위를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활용, 공격적으로 윈백과 마이그레이션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HP가 한국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우위를 다지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시장에 맞는 마케팅을 비롯, 시장 움직임과 변화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HP가 서버 부문의 우위를 업고서 토털 솔루션 벤더로서의 우위 다지기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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