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초 아벤테일은 VPN 전문업체 넥스지를 한국 내 유통 파트너로 추가 선정하고, 국내 시장에 대한 SSL VPN 영업 및 기술지원 역량을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기자를 포함해 보안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련 시장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 이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넥스지는 SSL VPN 제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일한 토종업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차세대' 솔루션의 하나로 주목받아온 SSL VPN 시장은 2~3년 전부터 많은 해외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해 이미 선점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하지만 국내 보안 시장과 SSL VPN 제품의 특성 상 나타나는 '평가인증 및 보안성 심의', 그리고 해외에서는 찾기 힘든 공인인증서 적용 요구 등 '현지화(커스터마이징)'라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시장에서는 토종업체가 개발한 좋은 제품을 기다려왔다.
지난해 넥스지가 개발한 제품이 상용화되어 정식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시기는 중반 즈음이었지만, 당초 출시 시기가 지나면서 이 회사는 제품과 사업에 대한 언급을 조심 내지는 삼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기자는 이 발표가 있기 보름 전 즈음, 넥스지의 한 임원으로부터 "SSL VPN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사업 추진에 고민이 많다. 개발 수익성이 없으면 과감하게 접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포함해 아웃소싱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2월 초 중 확실히 결정될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속했던 시기인 12월 초, 넥스지는 결국 "아벤테일의 파트너로서 자사가 보유한 개발 능력과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아벤테일 SSL VPN이 국내에 확산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갑수 넥스지 사장은 발표 직후 만난 기자와의 자리에서 "자체 기술로 SSL VPN을 개발, 공급하기 위해서는 리소스 낭비가 너무 크다.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아벤테일과 넥스지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앞으로 아벤테일 제품이 넥스지의 차세대 솔루션이라고 생각하고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의 핵심적인 이유로는 '리소스 낭비'와 '제품의 질적 확보' 문제로 압축된다.
"고객들의 너무나 다양한 요구를 다 맞추면서 제품을 공급하기에는 쉽지 않은데다, 이렇게 제품을 만들면 오히려 제품 모습이 이상해져 회사와 제품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 수 있다."
국내 IT시장 현실은 자원 기반이 약한 넥스지같은 중소벤더가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 고객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녹녹치 않다.
넥스지 또한 현실과 이점 사이에서 나온 최선의 판단이었으리라. 하지만 장기적인 국가 기술발전의 미래를 그려볼 때 이러한 토종 벤더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으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주 사장 또한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택해온 넥스지가 자체 제품을 포기하고 타사의 제품 공급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개발업체로서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합의가 쉽지 않았다"며 번뇌의 과정과 심경을 내비친다.
아벤테일은 이번 계약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SSL VPN 시장에서 아벤테일이 넥스지와 함께 과연 이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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