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SQL 서버 2005는 올해 MS가 주력할 분야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제품이다. MS는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출시된 이 제품을 앞세워 DB 시장의 맹주격인 오라클과 일전을 불사를 태세이다.
한국MS는 SQL 서버 2005가 기능적인 면에서 오라클 제품에 결코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워 오라클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TCO 절감이 중요하게 고려되는 최근 IT 추세 속에서 SQL 서버의 저렴한 가격은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벌써 금융권을 비롯한 몇개의 사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DB 관련 업계에서도 SQL 서버 2005가 기능적으로 크게 개선됐다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MS의 영업력과 최근 IT 트렌드를 볼 때 상당한 매출 증대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MS의 기대와 시장의 평가가 일치하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MS가 지속적으로 DB시장에서 오라클의 맞수로 부각될 것인가’하는 대목에서 대다수 DB 관계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MS는 오라클에 비해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기술일까? 아니다.
DB 관계자들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더욱 큰 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름 아닌 산업 기반이다. 오라클 DB의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관 산업군이 존재하고 이들은 오라클DB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MS는 그렇지 않다. 우호 영역이 취약할 뿐더러 육성도 지극히 어려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 까닭은 MS의 컨버전스 정책 때문이다. MS는 모든 기술은 융합되고 복합된다는 대 전제하에 기술 융·복합(컨버전스)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동안 문제가 됐던 윈도우 내 메신저의 무상제공 논란 역시 이러한 정책으로 빚어진 일이다.
SQL 서버 2005 역시 많은 연관기술이 통합돼 무상 제공되며 MS는 이를 기능 향상이라고 강조한다. 이 점은 물론 인정한다. 그렇지만 향후 MS와 공동으로 SQL 서버의 저변 확대에 나설 연관 산업군 업체들의 설 자리를 뺏는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과거 오라클은 DB 시장에서의 위세가 지금보다도 한층 더 막강하던 시절에 연관 분야 진출이 가능했고 독식도 가능한 구조였다. 하지만 오라클은 독식보다는 동반성장을 택했고 그 결과는 현재의 우호 세력으로 남아있다.
우리 전래의 전통 중에 까치밥이 있다. 초겨울 무렵이면 감나무 꼭대기에 감 몇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풍경이 그것이다. 한 겨울에 먹이를 찾지 못한 새들이나 작은 짐승들이 한 끼라도 해결하라고 남겨 놓은 조상들의 지혜다. 단순한 여유나 인정의 발로가 아니다.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구성요소에 대한 배려이자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혜이다. 까치가 사라지고 작은 짐승들이 자취를 감추면 사람 역시 홀로 살아갈 수 없다.
SQL 서버가 오라클에 맞서 든든한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까치밥을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컨버전스 시대에 까치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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