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고유한 특징 살리면서도 간단한 숫자로 접근성을 높여

▲ 알리바바는 라틴 문자로 표현하는 것 대신 숫자로 도메인을 표현했다.
[아이티데일리] 중국은 유난히 이메일이나 웹사이트 주소를 아라비아 숫자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154443@70.cn 같은 이메일 주소를 쓰고, URL로 163.com을 입력해 웹사이트로 이동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가장 큰 온라인 게임 사이트 중 하나는 4399.com이다. 중고차 거래는 92.com에서 할 수 있다. 도메인에 쓸 수 있는 라틴 문자 조합이 없어서 숫자를 쓰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Jingdong Mall은 jd.com이라는 직관적인 영문 URL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cn이 더 널리 사용된다.

중국에서 숫자 도메인이 인기인 이유는 뭘까?

보통 숫자의 나열만으로는 해당 도메인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추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뜻을 알지 못하면 기억하기 어렵다. 이에 미국의 정치문화 매거진 뉴 리퍼블릭(New Republic)이 암호처럼 보이는 중국의 숫자 도메인이 가진 의미를 분석했다.

숫자 도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중국어를 적절히 표현하기에 라틴 문자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중국어의 발음 등 고유한 특징을 살리면서도 간단한 숫자로 접근성을 높여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인터넷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

숫자로 도메인을 구성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중국어 발음을 숫자로 변형시키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중국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알리바바는 1688.com 도메인을 쓴다. 1688을 중국어로 읽으면 ‘yow-leeyoh-ba-ba’로 발음된다. ‘알리바바’를 라틴 문자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간명하다.

실제 사용 중인 전화번호를 그대로 URL에 넣기도 한다. 중국 이동통신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고객서비스 전화번호를 활용해 10086.cn 도메인을 사용한다.

현재 인터넷 사용자 인구가 6억 명이 넘는 중국에선 숫자 도메인을 활용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비 라틴 문자로 최상위도메인을 만들 수 있게 한 이래 ‘.游戏’같이 중국 문자로 구성된 신규 도메인이 등장하고 있지만, 숫자보다 입력이 번거롭고 중국어 사용자 외에는 접근이 어려운 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비아 도메인사업팀 장창기 팀장은 “중국의 언어와 인구 구성 등 사회적 배경이 인터넷 공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숫자 도메인이란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발전시켰다”면서 “비 중국문화권 인터넷 사용자도 어려운 중국어 표현을 익히는 대신 간단한 숫자를 인식하는 것이 편해 글로벌 사이트로 확장하는 데 숫자 도메인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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