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가격 분리 계획, “3~5년후 번들제품 없다”

시스코의 ‘네임밸류’는 다른 벤더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감내’하게끔 만들고 있다. 하지만 시스코가 최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격 분리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간 번들로 제공했던 제품이 분리되면서 가격 정책이 어떻게 될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편집자>

시스코는 업계 최고이자 제1의 네트워크 장비 벤더이지만 소프트웨어 부문 역시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 존 쳄버스 CEO는 자사 라우터와 스위치, VoIP 시스템 및 기타 제품들을 강화해주는 정교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분리 계획을 밝혔으며, 주력 제품군에 대한 코드도 독립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라고 선언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쳄버스는 이러한 변화가 고객들에게 시스템 구축 및 구매의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격과 높은 순익으로 인해 경쟁사들로부터 ‘시기심’과 ‘부러움’을 동시에 받고 있는 시스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격 분리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업계보다 평균 두배 높은 가격정책 유지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스크톱 분야에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네트워킹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업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고객들은 수년동안 시스코의 높은 가격 정책에 불만을 제기해왔지만 라우터나 스위치, 방화벽, VPN, 무선랜에 대한 시스코 장비 구매는 오히려 증가해왔다. 시스코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번들 형태의 패키지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AT&T와 노텔이 음성 스위칭 시스템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얹어서’ 판매해왔던 과거 아날로그 PBX 시절부터 지속되어온 업계의 ‘관행’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할 경우, 고객들은 원하는 것만을 구매할 수 있어 시스코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이고 써드 파티의 제품을 자사 네트워크에 통합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 일부 고객들은 별도로 구매해야만 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지출에 대한 예산을 합리적으로 편성할 수도 있어 투자의 효율화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또한 하드웨어의 네트워킹을 앞당길 수 있다. 아울러 시스코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성능과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촉진시켜 더욱 높은 ‘프리미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스코가 가격을 분리하면서 전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을 책정할 경우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소프트웨어가 시스코의 주요 매출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시스코의 16,000명의 엔지니어들의 업무 중 60%가 소프트웨어 부문에 편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새로운 기능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오라클, SAP과 같은 기업들의 꾸준한 매출원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요금을 받지 않고 있으며, 쳄버스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는 최근 개최된 시스코의 사용자 컨퍼런스에서 “시스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에 라이선스 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사용자들이 유지 보수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의 차이점을 혼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비중 강화
대부분의 벤더들은 기술력이 높거나 가격이 낮은 경쟁사들에게 시장을 빼앗기는 등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가격 정책을 바꾸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시스코는 이와는 반대로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또한 불평이 많긴 해도 시스코의 고객들은 ‘충성도’가 높다. 호바트 웨스트(Hobart West)의 CIO였던 루스 해런차르는 “시스코의 고객들은 프리미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시스코 장비 도입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스코 장비 가격이 타사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스코는 HP나 노텔, 3Com에 비해 훨씬 비싸다. 양키 그룹에 따르면, 로우엔드 스위치의 경우 시스코의 패스트 이더넷 포트는 업계 평균 가격인 100달러보다 두 배 이상 비싼 225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엔드 스위치 포트 당 단가는 업계 평균 290달러보다 다소 높은 315달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라우터의 경우 로우엔드 액세스 박스가 시스코는 평균 1,000달러인데 비해 경쟁사는 100달러 이하에 판매하고 있다고 델오로 분석가인 신 우메다가 전했다.
양키 그룹의 제우스 케라발라 분석가는 시스코와 어바이어의 VoIP 장비가 사용자당 600달러 선에서 제공되고 있는 반면에 노텔과 지멘스 장비는 좀더 낮게 책정되어 있으며, 3Com과 쇼어텔(ShoreTel) 등의 로우 엔드 벤더들의 가격은 사용자당 400달러라고 밝혔다. 무선랜의 경우, 시스코는 경쟁사인 아루바 네트웍스나 트라페즈 네트웍스보다 20~40% 높은 가격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코의 가격이 타사보다 낮은 제품은 거의 없다. 몇몇 시스코 VPN 집중 장치만이 경쟁사인 주니퍼 제품들보다 1/3 정도에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지극히 드물다.
인포메이션위크가 지난해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네트워크 전략을 실행하는데 있어 고객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높은 가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스코의 고객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 업체인 레이드로 인터내셔널(Laidlaw International)의 인프라 담당 이사인 스탠 터너는 “시스코의 장비 가격이 높긴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 공급 업체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존 쳄버스,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쳄버스는 전체 네트워킹 비용 중에서 가격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사 대부분은 지난 15년 동안 가격 경쟁을 통해 시스코에 대항해왔다”면서, “하지만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며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서비스 및 제품 지원 능력 면에서 시스코와 동일한 수준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종합적인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네트워크 액세스 제어나 무선랜 등과 같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시스코는 기존의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급격한 교체 없이 점진적으로 마이그레이션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투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쳄버스의 주장이다.
이는 오래된 총 소유 비용(TCO) 합리화 논쟁으로, 누구도 반박할 수가 없다. 장비의 선행 투자는 모든 네트워크 비용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TCO는 측정 및 증명이 매우 어려우며, 고객들은 벤더가 제시하는 수치에 회의적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네트워크 구축 비용과 관리 비용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현재 시스코 장비를 구매할 경우에는 고객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많은 소프트웨어도 함께 구매하게 된다. 라우터를 예로 들면, 시스코의 IOS 운영체제와 보안 기능이 함께 제공되며 때에 따라서는 VoIP나 네트워크 관리 기능도 더불어 따라오게 된다.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나 보안 제품을 다른 업체로부터 이미 도입한 고객들은 시스코의 이러한 번들 소프트웨어를 원치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낮춰주는 것도 아니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패키지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계약도 체결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24시간 지원과 업그레이드 비용 역시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시스코가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로 판매하고 있는 사례에는 몇 가지가 있다. 고객들은 VoIP 콜매니저(CallManager) 소프트웨어를 라이선스 모델로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사용자의 수와 라이선스 기간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시스코는 액세스 컨트롤 서버 보안 소프트웨어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고객들은 단독형 소프트웨어로 구매한 다음 서버에 설치하거나 시스코 NAC 어플라이언스의 일부로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코가 어떤 제품이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어떻게 지원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레이드로의 터너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와 다른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 혼란스럽다”면서, “서로 유사한 제품들은 비슷한 라이선스 모델을 갖게 마련이며 서비스와 지원 체계도 비슷하지만 시스코는 그렇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여타 업체 속속 합류 할 것
시스코는 현재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중으로, 수년 이내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서 분리해 판매하고 유지 보수 비용도 별도로 책정할 방침이다. 시스코의 소프트웨어 사업 전략 총괄 부사장인 클리프 멜처는 “높은 가치를 갖는 진보된 기술의 상당수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기에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전했다.
시스코는 이러한 변화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시스코의 수석부사장인 롭 로이드는 “시스코의 차세대 성장 엔진은 시스템 접근 방법을 바꾸는 데에 달려있다”면서, “그 동안은 전통적인 네트워크 방식에서 가격을 책정해왔지만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차기 시스템 접근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은 컴퓨터 업계에서 일반화되어있지만 네트워킹 벤더들에게는 이제 시작되는 단계에 있으며 시스코를 비롯해 다양한 업체들이 속속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HP의 프로커브(ProCurve) 네트워크 사업부도 시스코와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바이어 역시 자사의 커뮤니케이션즈 매니저 VoIP 소프트웨어를 사용자당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시스코가 어떤 제품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할 것인지, 가격은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 상세한 정보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쳄버스도 지난 6월에서야 라이선스 문제를 언급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로 유력한 제품으로는 보안과 네트워크 관리, 음성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프트웨어의 경우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전략과는 달리 원 타임(one-time) 가격으로 제공되며, 일부는 분기별 또는 연간 가입비 형태로 판매될 것이다. 또한 멜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소프트웨어를 시험 삼아 사용해보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구매를 쉽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가격 정책은 시스코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시스코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소프트웨어에 즉시 구현해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쳄버스는 “고객들이 시스코 제품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어떤 보안 기능이 필요하며, 스위칭이나 무선에 어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야 하는지, 어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지에 대한 피드백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와 매출 상승 기대
시스코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로의 전환을 완료하기까지 3~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시스코는 새로운 가격 정책과 어떤 제품에 라이선스 모델이 적용되며 어떤 제품이 번들로 계속 제공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스코의 가장 큰 판매 전략 중의 하나는 날로 복잡해져 가는 네트워킹 세계에서 시스코의 구조적인 접근 방법이 네트워크를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이 불필요한 복잡성을 초래할 경우, 고객들은 시스코 제품을 거부하거나 다른 경쟁사 제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또는 고객들을 더욱 벤더 의존적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시스코는 어떤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며, 특정 라이선스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고객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 파악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확실하다. 쳄버스는 사용자 컨퍼런스에서 이를 암시한 바 있다. 그는 “모든 소프트웨어 벤더들의 경우 업그레이드에 대한 요금을 높게 책정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스코 역시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게 되면 하드웨어의 가격을 낮출 수도 있어 현명한 구매자라면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분리 정책은 경쟁사에게 진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스코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으며, 업체 인수에 대한 판단 착오 가능성도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롭 화이틀리는 향후 수년 내에 고객들이 운영 체제를 포함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선택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고객들이 타사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가능한 한 시스코의 소프트웨어로부터 벗어나고자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로 여기에서 시스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고 시스코 네트워크의 구동을 수월하게 해준다면 고객들은 시스코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스코는 표준화 이전의 프로토콜이나 자체 프로토콜을 상당수 사용하고 있으며, 협력 업체들이 시스코의 하드웨어에서만 소프트웨어를 운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선택이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다른 흥미로운 가능성도 있다. 네트워킹 장비가 PC나 서버,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처럼 보편화될 경우, 고객들은 다른 벤더의 더 저렴한 장비에서 시스코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교차 플랫폼이 등장하게 될 여건은 쉽게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고객들이 시스코의 장비에서 써드 파트의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것이 제한적인 것처럼, 현재 고객들은 표준형 서버에서 구동하는 관리 및 보안 소프트웨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다른 벤더의 하드웨어에서 시스코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킹 장비는 차별화된 서비스 지원을 위해 전용 하드웨어에서 구동하는 특별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다. 몇몇 시스코 소프트웨어는 다른 벤더의 하드웨어를 운영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지만 해당 하드웨어에 직접 설치될 수는 없다.
업계는 고객들이 서로 다른 벤더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기능들을 연동시킬 수 있도록 네트워킹 하드웨어에 대한 표준과 제품간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도 시스코의 판매 실적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 소스가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네트워킹 시장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영향을 가장 덜 받고 있는 분야이다. 소스파이어(Sourcefire)의 스노트(Snort) IPS/IDS를 비롯해 애스터리스크(Asterisk) IP PBX 등과 같은 오픈 소스 IP의 성공 사례가 있긴 하다. 또한 오픈 소스 엔터프라이즈 라우터를 제공하고 있는 비야타(Vyatta)와 같은 업체도 있고 오픈 소스 PBX와 VoIP 스위칭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사용되는 오픈 소스 텔레포니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프리스위치(FreeSwitch) 등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픈 소스 네트워킹 관련 시도는 시스코라는 거대 기업에 가려져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시스코에 의존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시스코에 대한 높은 의존도
일부 고객들은 시스코가 번들로 제공하지 않는 것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IFBI(Indiana Farm Bureau Insurance)는 130여 현장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표준형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시스코 라우터를 도입했다. 네트워크 서비스 관리자인 쿠크는 복잡성의 문제로 인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것에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퀄리티 트레일러 프러덕트(Quality Trailer Products)의 IT 이사인 칼 웨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를 환영하고 있다. 그는 이미 도입한 보안 제품이 있는데도 시스코 장비에 번들로 제공되는 보안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채 놔두어야 한다는 점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어 제공될 경우 불필요한 비용 손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코는 한 가지 방법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에게는 현재의 번들 모델을 유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통신 사업자용 대형 라우터와 IOS 운영체제 등과 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분리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분리로 가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라이선스 모델은 복잡하고 어려우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또한 시스코는 자만심이나 ‘자아도취’에 빠져서는 안 된다. 캔자스시티에 10개의 병원과 5,400명의 네트워크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세인트 루크 의료 시스템의 경우, 3년 전에 VoIP를 도입하면서 경쟁 입찰을 통해 노텔 네트웍스를 선정했다.
세인트 루크의 CIO인 존 웨이드는 “당시 시스코는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었다. 시스코측은 자사가 제공하는 지원이 얼마나 큰지 강조하면서 당시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원했다. 시스템 장비 도입에 대한 권한은 우리가 갖고 있는데 시스코가 그렇게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지자 그들은 ‘우리는 시스코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시스코는 자사의 우월한 위치를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자신감과 오만’에서 나온 발상
시스코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들은 시스코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시스코는 라우팅과 스위칭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VoIP 분야에서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 방화벽과 침입 방지 시스템 부문 역시 그러하다. 양키 그룹의 케라발라는 “시스코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쟁사가 이를 뚫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스코는 기술 추세를 예측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에서 개발한 제품을 통해서나 기업 인수를 통해 그러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쳄버스와 시스코는 수년 전부터 인텔리전트 네트워크를 회사의 미래로 설정하고 보안, 무선, VoIP와 비디오 및 기타 기술을 주요 기업 네트워크로 적용하는 시도를 진행해왔다. 쳄버스는 “확실하다고 생각될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정보통신 업계 전문가들은 쳄버스의 판단이 옳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며, 가격 정책의 변화가 시스코의 향후 성공과 고객 만족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코의 로이드는 “고객들로부터 네트워크를 저렴하게 해달라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제품을 더욱 견고하게 해줄 것과 구축을 보다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며, 시스코는 이제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시스코의 경영진들은 “네트워크가 플랫폼이라면 소프트웨어는 플랫폼을 구동하도록 만들어주며 경쟁사와 시스코의 플랫폼을 차별화해주는 것 역시 소프트웨어”라고 언급했다. 쳄버스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매출을 향상시키도록 결정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Nicholas Hoover



Interview
존 쳄버스 CEO CISCO
“고객들의 올바른 구매 결정에 도움 될 것”

시스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각각 개별적으로 가격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CEO인 존 쳄버스는 가격보다 가치가 훨씬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시스코의 정책 변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스코가 네트워킹 벤더 중에서 가격이 최고로 높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시스코는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고객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고객들이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시스코가 고객들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시스코 제품을 도입한 고객들이 스위칭이나 IP 텔레포니, 보안, 무선을 라우터에 추가하는 등 다른 제품 분야로 이동할 때 어떻게 최소로 투자할 수 있는지에 잘 나타나있다. 고객들은 시스코가 제공하는 총소유비용(TCO)와 투자대비수익(ROI) 측면에서 시스코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더 이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번들로 제공하지 않으며 라이선스 모델로 전환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이점과 시스코가 얻게 될 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시스코는 고객들에게 전략적인 가치를 제공하는데 주력해왔다. 번들 정책의 변화에 대한 주요 개념은 번들 가격 전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제품에서 어디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즉, 고객들이 보안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스위칭이나 무선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혹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과하는지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번들링으로 제공하는 것 대신에, 그리고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만을 단편적인 형태로 제공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이러한 접근 방법이 고객들의 올바른 구매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갈수록 네트워크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를 위한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고객들은 하나의 제품으로서 기술을 구매하곤 했으며, 고객 자신이 그러한 제품의 시스템 통합 업체여야만 했다. 개별 포인트 제품을 구매하는 것 대신에 아키텍처를 구매한다면 투자 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시스코는 다른 업체들이 할 수 없는 성공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시스코는 고객 지향적이며, 고객의 투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며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양한 정책으로 시스코에 대응하고 있는 HP
경쟁사들의 낮은 가격 정책만으로는 시스코 시스템즈의 시장 점유율을 낮출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틈새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에지 스위칭이 이에 해당된다. 양키 그룹에 따르면, 시스코 패스트 이더넷 포트는 225달러 선이지만 경쟁사인 HP 프로커브(ProCurve) 포트는 44달러에 불과하다. 그 결과, 프로커브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5% 성장해 LAN 스위칭 시장에서 두 번째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다.
HP 프로커브는 중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저가 정책과 비교적 단순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만으로 경쟁하고 있지는 않다. 다른 판매 전략으로는 업계 표준 준수, 사용이 쉬운 관리 기능, 시스코와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무료 품질 보증제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HP가 시스코와 모든 제품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HP의 아웃소싱 사업부는 여전히 상당수 시스코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프로커브는 일부 고객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로커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HP가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HP가 LAN 스위칭 시장에서 두 번째의 위치에 있긴 하지만 포트 점유율이 겨우 11%에 불과하다.

‘시스코 프리미엄’, 그 이유는?
양질의 제품에 양질의 서비스. 이것은 간단한 공식처럼 보인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네트워킹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제품을 제공하고 지원하는 최고의 파트너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시스코 제품을 ‘프리미엄’으로 만드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시스코 제품의 95%는 3만여 시스템 통합 업체들과 리셀러, 간접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가장 정교한 네트워크를 가진 대형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시스코가 직접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시스코의 숙련된 채널 파트너들이 담당하고 있다.
시스코는 파트너들에게 전문 교육 및 보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높은 품질을 제공하는지의 여부를 긴밀하게 모니터링 및 분석하고 있다. 숙련된 서비스와 지원 인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스코가 업계 최고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다. 가트너의 데이비드 윌리스 분석가는 “시스코는 모든 IT 기업 중에서 최고의 채널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점은 시스코의 자격 인증을 획득한 엔지니어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으로, 많은 기업들의 IT 부서에서 시스코 제품에 익숙한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다른 벤더들의 제품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세인트 루크 의료 시스템의 CIO인 존 웨이드는 시스코 장비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직원을 신속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시스코에서 다른 벤더로 전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벤더 제품의 가격이 훨씬 낮다고 해도 장기적인 유지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시스코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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