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RFID와 스마트카드의 '틈새' 메워주는 소형 메모리 칩 발표
'메모리 스팟'으로 명명…볼펜칩보다 작지만 4M의 메모리 용량 자랑

최근 HP가 상품에 데이터를 부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형 무선 칩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세계와 실생활과의 '괴리'가 줄어들고 있다.
어떤 제품이 프로토타입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가격이 미정이며, 고객도 없고, 제품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둘러싼 환경도 조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메모리 스팟(Memory Spot)이라 불리는 이 칩은 RFID와 스마트카드, 블루투스 등의 무선 표준간 상호 분리되어 있던 간격을 좁혀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디지털 문서,사진, 의료 기록용으로 사용
메모리 스팟은 공급망에 있는 상품을 추적하는데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 식별 칩과 유사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RFID 칩이 포인터나 레퍼런스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데 비해, 메모리 스팟은 데이터 자체를 저장한다는 것이다. HP의 칩은 4Mbits의 메모리를 갖고 있으며, 크기는 볼펜 촉만하다. 이 칩은 디지털 문서나 사진 저장에서부터 환자의 ID 팔찌에 의료 기록을 저장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HP는 칩당 1달러 정도로 저렴하고 사용하기에 손쉬운 보편적인 무선 데이터 노드로 메모리 스팟이 사용되어, 기업 및 소비자들 모두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매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메모리 스팟은 리더기의 판독을 위해 '터치'해야만 하기 때문에 인증되지 않은 액세스가 허용되지 않아 RFID와 관련된 프라이버시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이 칩의 온보드 프로세서는 인증과 암호화를 처리할 수도 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모유 수유 컨테이너에서 아기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팔찌에 패시브 RFID 태그를 부착해 사용하고 있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CIO인 존 할람카는 "RFID는 위대한 기술이지만 보안과 데이터 저장 용량, 구현 방법 등에서 기존의 바코드에 비해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 "HP의 디바이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의료 분야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결되어있지 않은 객체와 컴퓨터 네트워크 사이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제록스 파크(PARC) 연구원인 마크 와이저는 20여년 전부터 이러한 생각을 실현하기위해 노력해왔다. 1998년에 HP 연구소는 쿨타운(Cooltown)이라 불리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한 쇼케이스를 열었다. 컴덱스 2002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모든 객체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SPOT(Smart Personal Objects Technology)을 소개한 바 있다. MIT Auto-ID 센터의 '사물의 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 보고서에서, ITU는 "결국, 먼지처럼 작은 티끌들이 태그를 부착해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대폰 업체들의 높은 관심
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HP, 마이크로소프트, 파나소닉 등과 협력하고 있는 월풀은 최근 가구주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거나 TV를 통해 세탁이나 드라이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 세탁기와 드라이어 신제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HP의 메모리 스팟이나 이와 같은 소형 저장 장치들은 확실한 효용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HP 연구소의 하워드 타우브 이사는 "휴대폰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밖에도 많은 업계에서 메모리 스팟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판독하는데 쉬운 방법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HP는 프린터에 리더기를 추가할 수 있지만 리더기가 휴대폰처럼 이동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신기술들이 안고 있는 동일한 과제이다.
주요 표준화 단체는 80여 업체가 합류하고 있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포럼으로, 2004년에 설립되어 근거리의 무선 디바이스간 상호 운용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단체는 블루투스나 Wi-Fi, 센서 네트워크용 지그비(ZigBee), IrDA, RFID 등의 다른 무선 표준을 보완할 수 있는 표준을 마련하고 있다. 회원사로는 마스터카드와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삼성, 소니,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비자 등이며, HP가 지난 7월에 합류했다.
디지털을 현실 세계와 연결하는 방안을 두고 많은 기술들이 경쟁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 중의 하나는 휴대폰의 텍스트 메시지이다. 기업들이 SMS 코드를 객체에 삽입한 뒤, 사용자들이 텍스트 메시지를 발송하면, 위치나 상품 정보를 전송 받는 형태이다. 휴대폰이나 기타 단말기가 리더기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바코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HP 연구소는 보다폰과 제휴해 바코드 리더기를 휴대폰에 탑재한 액티브 프린트(Active Prin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SPOT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어 무선 손목 시계를 통해 구현됨으로써 MSN 다이렉트 가입자들에게 헤드라인과 날씨 정보 등을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사물의 인터넷에 대한 IBM의 적극적인 개발 노력에 따라, 무선 디바이스와 RFID 태그, GPS 센서를 통해 의료장비나 물품 추적이 가능해지고 있다. 영국의 자동차 보험회사인 노리치 유니온(Norwich Union)은 차량에 탑재된 시스템을 사용해 GPS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함으로써 사고차량의 위치를 파악하는 자동차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RFID 기반의 유료 지불 시스템 역시 실현되고 있어, 1천만 개에 이르는 마스터카드 페이패스(payPass) 비접촉 지불 카드가 사용 중이다.

기업, 활용방안 신중히 고려해야
이러한 서비스가 가능하더라도 일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데 있어 혁신 그 자체가 상용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그비 무선 센서와 제어를 지원하는 RF 칩 제조 업체인 프리스케일의 무선 기술 총괄 이사인 존 아담스는 "네트워크 연결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 결코 현실화될 수 없다"면서, "또한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어떠한 형태의 트랜잭션이건 개입할 가능성 역시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스팟이 네트워크로 연결될 필요는 없지만 1달러의 가격은 여전히 '고가'인 점도 보편화되는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RFID 장비 제조업체인 OATSystems의 산제이 사마 CTO는 메모리 스팟이 단순함과 가격 측면에서 볼 때 로우 엔드의 RFID와 메모리 및 프로세서를 가진 스마트 카드 사이에서 효용 가치를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P는 이 쌀알 크기의 칩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웹 기술과 GPS 단말기에서처럼 그러했듯이, 얼리 어답터들의 적극적인 활용에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칩으로부터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데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도록 협력 업체들을 설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보통신 업계는 디지털과 실생활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있으며, 메모리 스팟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그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사물의 인터넷은 목전에 와 있으며, 기업들은 활용 방안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봐야 할 시기이다.Thomas Cla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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