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 데이타솔루션 총괄본부 전무(공학박사)

▲ 김동철 / 데이타솔루션 총괄본부 전무(공학박사)

[아이티데일리] 역사는 현재의 거울과 같아서 모습은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 현재에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 또한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다.

지금은 IT문화가 고도화 되어서 Big Data니 SNS Data니 하지만 과거에는 신문고니 방이니 또는 특정한 장소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었다. 기술적 배경만 다를 뿐 본질적인 커뮤니케이션에는 변함이 없이 사람과 장소만 바꿔서 스토리가 반복되고 있다. 조선시대 이도령이 성춘향을 처음보고 어떻게 사랑 고백을 했을까? 아마도 “낭자를 향한 나의 마음이 예사롭지 않소!”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빅데이터는 당시에는 어떠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예측해보면 전지 전능한 시각에서 역사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서있게 된다. 역사 속에서 빅데이터는 국가를 중심으로 한 전쟁에 관련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에 민감하니 역사 속의 대일관계와 비교적 최근에 경험한 IMF와 관련해서 조명해 보자.

임진왜란을 예로 들어보자. 이순신 장군은 여러 경로로 수집된 첩보 자료와 당쟁의 와중에 상소된 내용들을 분석해서 전쟁의 전조를 예감했다. 이장군의 결정적인 수훈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현대에 와서도 어려운 전쟁의 전조를 상당한 기간 이전에 파악하고 정치적으로 실전적으로 그에 대비를 하였다는 것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이것은 틀림없이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을 정리하고, 사신들이 전하는 내용들을 종합하고, 당시 조선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주변국의 정세와 이권을 함께 연결하여 내린 결정이니 이것은 시대를 뛰어 넘는 빅데이터적인 의사결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의 다른 업적중의 하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해전 전략에 있다. 섬이 많은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고 바다의 깊이와 해류의 빠름 등 모든 자료를 종합하였으며, 아울러 적군이 이용하는 무기들의 상세한 제원을 파악해서 실전에 응용하는 등 500년 이전의 전투라고 보기에 너무도 현대적인 전투의 느낌이 물씬 난다. 일본측 입장에서 본다면 섬나라 군대이며 누구보다 해군이 막강하고 그간의 해적질로 단련이 되어 있었을 것이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방심한 점도 있었으리라. 이 점을 역이용한 이순신장군의 발상은 참으로 창조적이고 빅데이터스럽다.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모았으며, 거기서 정보를 추려내고 또 다시 그것을 최종적으로 전쟁에서 승패를 좌지우지할만한 전략 정보로 변환시킨다. 상대방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자료를 수집하고 면밀한 검증을 거쳐 전투에서 승리하는 필승전략은 지금도 세계적인 해군의 전쟁사에 교과서적인 표본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한 이순신 장군이 현대의 인물이라면 우리 해군의 전력은 첨단 장비의 지원이 겹쳐져 엄청난 수준으로 강화될 것이다.

일본과 관련된 또 하나의 사례는 일제강점이다. 조선은 당시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기본적으로 외부와의 단절로 인해 모든 정보의 소통이 두절되기에 이른다. 따라서 무기를 포함한 선진 문물의 도입이 늦어짐에 따라 나라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는 등 이웃 나라인 일본과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 않았다.

당시의 일본은 우리나라를 차지하기 위하여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했듯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엄청난 공부를 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다양한 자료를 방대하게 모았지만 모두의 목적이 같았으므로 그러한 빅데이터에서 나오는 힘은 막강하였다. 그로 인해 일본은 독일이 저질렀던 (유태인) 민족말살과는 다른 방향으로, 소위 ‘민족동화’ 정책을 구사하는 민족말살 전략을 계획한다. 그들은 실제 수 십 년을 두고 우리의 언어와 문화적인 측면까지 모두 바꾸기 위하여 참으로 치밀한 민족말살 전략을 실행하였다. 지금까지도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일본의 뿌리 깊은 만행은 그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준비하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지금도 우리의 산들은 그들이 박아 놓은 대못으로 신음하고 있고, 우리가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일본어들은 자연스레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일본과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최근에 대두한 문제가 독도 영유권 문제이다.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임은 앞의 사례에서 충분히 거론하였다. 일본은 외교력을 동원하여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라는 것은 예전에 만들어진 것들 중에 일본에 유리한 것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우리가 일차적으로는 그들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들을 수집하여 대응하되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독도 그 자체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며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독도를 포함해서 진행한다면 일본은 도저히 그 분야에서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다. 실제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섬이라는 주장에 더하여 도저히 독도가 일본 것이 될 수 없는 수 만가지 빅데이터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도 주변은 해양학적으로 기상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또는 지질학적으로 데이터 차원에서 무한한 잠재 역량을 가지고 있다. 무한한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도록 ‘빅’ 궁금증을 유발하고 해결하는 곳에 리더십을 발휘하여 일본의 정치적 독도 도발에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 이외에도 어찌 보면 살벌한 세상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불과 몇 년 전에 경험했지만 IMF 구제금융이 하나의 사례다. 필요한 나라에 긴급 자금을 빌려주는 좋은 기관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막이 상당히 다른 스토리였다. 초기의 거시경제학자들이 전세계를 경제 모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석하려고 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어느 나라의 경제 상황이 언제쯤 어떻게 나빠질지를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 조금 나쁘게 생각하면 거시경제적으로 약간만 흔들어 대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게 된다는 논리다. 우리나라도 IMF를 겪으면서 상당히 많은 이권을 외국에 내어주는 아픔을 겪었고, 경제 모델이 IMF가 제시하는 기준을 맞추기 위한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건전한 부분도 있겠지만 해외의 어느 나라가 경제적으로 조금만 흔들거려도 우리나라에 바로 영향이 오는 구조가 되기도 했다. 이 또한 경제 분야 빅데이터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위험들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뼈아픈 사례이다. 열거된 내용들은 과거의 것들이지만 어딘 가에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취하고 있는 양적 완화 정책은 내부적으로는 자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거시적인 전략적 플레이다. 그런데 양적 완화를 거두어 들이는 테이퍼링이 진행됨에 따라 몇몇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IMF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라들에게는 이미 IMF를 졸업한 우리나라가 엄청난 빅데이터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경험적인 데이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양적 완화 정책에 치명타를 입은 나라들에게 선제적으로 외교정책을 펼 수도 있겠다. 남이 깔아 놓은 판에 조용히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있으며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구현한 순간 그들의 경쟁력은 전쟁에서의 승리와 맞먹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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