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닷컴 양동식 책임(전략사업본부 ED팀)

 
[아이티데일리] 사용자가 현재 PC, 태블릿, 모바일 폰, 셋톱박스 등등의 디지털 디바이스를 사용하기 위해선 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UI(User Interface)를 필요로 합니다. 디바이스를 ‘사용’한다는 것은 디바이스의 UI를 매개로 사용자와 시스템(서비스)이 상호 소통한다는 겁니다.

굉장히 러프하게 얘기하자면 이런 맥락에서의 UI는 인간의 욕구나 목적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interpreting)하기 위한 매개체(Media)인거죠. 사용자가 노트북 앞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춰봐야 어떤 피드백도 없습니다. 키보드와 마우스(혹은 터치 센싱)를 이용해서 UI를 매개로 뭔가 시스템이 이해할 만한 정보를 시스템에 넘겨줘야 피드백이 발생하죠.

만약 인간과 기계가 이런 매개체(통역사 혹은 안내원) 없이 다이렉트로 소통할 수 있다면 UI는 결론적으로 필요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수 있게 되면 그의 통역사인 마틴 킴은 일자리를 잃게 되겠죠.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잘생기고 친절해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현 세대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의 사용자 경험(UX)이 의미하는 건 UI를 매개로 사용자들이 수행하고 인지하고 감성적으로 느끼는 오감의 총체를 말합니다. 간단히 UX를 개선한다는 것은 UI를 개선하는 것과 크게 틀리지 않다고 봐도 됩니다.

이런 핵심을 잘 파악하고 ‘뭐 과정이야 어쨌든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원하는 기능만 수행하면 장땡 아닌가?’ 하는 사고방식으로 UI를 제품의 부수적인 요소로 간주하고 대강 만들었던 제품이나 브랜드는 빠르게 도태되어 왔고, UI를 매개로 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여 사용자의 사용성, 감성, 유용성을 UI를 통해 만족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던 제품이나 브랜드는 여전히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딱히 성공 사례를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실 거예요.

▲ 온 세상이 Flat UI로 도배되었는데 사라질 위기인 윈도우폰의 아이러니

문제는 이런 스크린 기반의 UI를 더 개선하고 더 멋지게 만드는 현 세대의 패러다임은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이 블로그에서 얘기하고 싶은 겁니다. 실질적으로 현 세대의 스크린 기반 UI의 거대 담론은 MS의 Plat UI와 애플의 메타포 디자인으로 양분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디자인 담론을 뛰어넘을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고 해도 UI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 하게 되는 순간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겠지요. 현 세대에서의 UI 디자인의 가야 할 길과 같은 논의는 다른 디자인 전문가들이 많이 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현 세대의 디지털 디바이스 기술이 인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궁극의 종착점이라면 더 매력적이고 사용하기 좋은 UI를 설계하고 프로토타이핑 하고 디자인하고 테스트 하는 데 집중하는 것만으로 좋은 UX를 구현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술은 점점 발달하고 인간의 욕구나 행위 맥락을 파악하는 기술(맥락 인식 기술)이나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클라우드 기술 등 현 세대의 디지털 디바이스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기술들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용자 → UI → 디지털 디바이스 → 서비스로 연결되는 현재의 모델에서 UI와 디바이스 자체가 사라지거나 최소화 되는 시대도 준비해야 한다는 거죠.

▲ 인간과 기계(서비스)의 소통 모델의 변화

이러한 흐름을 준비하는 가장 큰 예로 구글 글래스(물론 이 제품이 현재 성공했다는 건 아닙니다만)를 들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3가지 요소로 규정 되는 건 아래 3가지입니다. 구글 글래스는 아직 어정쩡하지만 이 3가지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수익 모델에 도전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전 구글 글래스는 망할 지라도 구글 글래스와 같은 맥락의 시도는 절대 멈추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1. Invisible Computing

Invisible Computing은 하드웨어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컴퓨터 사용이 크게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최대한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것을 말합니다.

구글 글래스는 모바일 폰이나 PC, 태블릿과 같이 오로지 콘텐츠나 서비스와 소통하기 위한 별도 디바이스가 아니라 안경이라는 인간의 일상적인 매체를 통해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킵니다.(의도는 그러했습니다만 구글 글래스가 그렇게 일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진 맙시다. 의도하는 대로 다 구현된다면 망하는 비즈니스가 어디 있겠습니까.)

2. Supportive Computing

Supportive computing은 인간이 컴퓨터 사용에 맞추어 바뀌어 나가는 것이 아닌, 인간 본연의 기능을 지지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이 PC 단말기를 통해서 개인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에 컴퓨터 학원을 다녀야 했고, 한메타자 500타는 넘어야 했으며, 하드디스크 파티션을 나눌 줄도 알아야 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니즈(게임하고 싶어~ 자료를 정리하고 싶어~ 정보를 찾고 싶어~)와는 별개로 오로지 시스템과 소통하기 위해 무언가를 더 숙지하고 공부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는 얘기입니다.

UI의 비약적인 발전과 멀티 터치와 같이 인간의 행위에 보다 가깝고 내추럴한 정보 입력 방식이 구현되면서 이런 문제점은 과거에 비해 많이 적어졌지만 아직도 아날로그의 총체와 같은 인간이 디지털 환경에서 디지털 마인드로 사고할 것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다는 건 누구나 잘 아실 겁니다.

구글 글래스는 디바이스를 작동시키고 안구를 움직이는 최소한의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액션만으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의도가 그렇다는 겁니다. 아이트래킹 방식 정보 입력이 과연 자연스러운 입력 방식인지는 더 큰 고민이 필요하겠죠.)

3. Adaptive Computing

Adaptive computing은 인간의 주요 생활 패턴 등을 기계가 분석하여, 인간과 기계간의 최적의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빅데이터와 같은 키워드가 익숙해지면서 인간의 행동과 행위의 결과로 누적되는 수많은 로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해독하고 유의미한 패턴을 추출하는 것의 중요성을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난 그냥 평소 사는 것처럼 대강 살고 뭔가 마음 내키는 대로 피드백을 하고 있는데, 서비스가 그 행위의 부산물들을 굉장히 똑똑하게 해석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적재적소에 제시하고 도와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서비스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동안 스마트라는 키워드를 달고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 중 진실로 스마트 한 제품이 있었는지 큰 물음표가 그려집니다. 사용자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스마트하게 만드는 서비스는 많았지만...)

사실 이런 기존의 시스템에서 모든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스마트’한 피드백을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UI의 중요성이 그간 더 강조되었던 것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UI를 통해서 토해내면 UI는 그 내용을 정리해서 시스템에 보내고 시스템은 그 내용에 따라 사용자에게 결과를 피드백 하는 게 지금의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UI의 사용성은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헷갈리지 않고 잘 입력할 수 있게 얼마나 잘 도와주느냐로 평가가 갈려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Adaptive Computing이 일상화 된다면 사용자가 시스템에 UI를 매개로 자신의 니즈를 열심히 설명하는 시퀀스가 굳이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사용자가 인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용자의 행위 결과로 누적되는 백로그를 열심히 수집하고, 그 백로그를 굉장히 스마트하게 분석해서 스마트하게 결과를 사용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면? UI의 중요성이 과거만큼 중요할까요?

▲ 멋진 시도였다는 건 확실히 인정!

요약하겠습니다. 엄청난 기술 발전 속도와 그에 반해 굉장히 느린 속도로 변화하는(솔직히 본질적으로 변화하는 지도 잘 모르겠음) 인간 본연의 속성을 감안할 때 점차 사용자와 시스템을 매개하는,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삶과 이질적인 굉장히 디지털틱한 제반 요소(UI나 클라이언트 사이드의 디지털 디바이스)의 중요성은 점점 옅어질 겁니다.

언젠가 인간과 시스템이 어떠한 중계자도 필요 없이 만나게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죠. 디지털 디바이스의 UI를 기획하고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저 같은 사람은 그래서 이 시대의 흐름에 민감해야만 합니다.

단순히 기계와 인간의 상호 인터랙션이 일어나는 인터페이스 스크린을 어떻게 잘 디자인할까? 라는 유효기간이 분명한 명제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물론 현 시점에선 중요한 얘기입니다. 소홀히 하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인간과 시스템의 소통 과정을 전반적으로 고민하는, 어떻게 보면 인문학자와 같은 포지션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게 미래의 UI/UX 디자이너의 비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장 천천히 변하는 건 인간의 본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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