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정책방향 합의 선행돼야

[아이티데일리]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 논란이 새해가 밝았음에도 멈출 줄을 모른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진료 등 의료정책이 결과적으로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영리병원을 낳게 되는 의료민영화를 앞당길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이들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3월 3일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정부는 의료민영화는 정부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단지 의료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 중인 원격진료는 2015년부터 환자가 집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등 원격진료가 가능한 단말을 통해 의사에게 진찰이나 처방전을 받아 병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원격진료 대상은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만성 질환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수술이나 입원 뒤 추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나 가정폭력 피해자, 도서, 산간, 벽지 등 의료 취약지역 주민이다.

정부가 내놓은 원격진료 정책은 의료취약계층에게 의료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원격진료 관련 시장도 원격건강관리, 홈케어, 개인건강정보관리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블루오션’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16억 달러의 원격진료 시장 규모는 오는 2016년 273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IT업계는 IT 기반의 원격진료 관련 제품 개발촉진과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관련 기기, 기술의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원격진료가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정책임에도 총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면서까지 반대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주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싫어서도 아니고, 원격진료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IT업계의 발전을 방해하기 위해서도 아닐 것이다.

의사협회는 원격진료 허용이 대면 의료체계를 붕괴하고, 향후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일으켜 1차 의료기관을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관련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이냐 라는 것이다.

의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낮은 의료수가다. 의사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근거로 진료비의 원가보전율은 73.9%이고, 이 비율은 중환자실, 응급실의 경우 더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오랜 시간동안 낮은 수가에 불만을 갖던 상황에서 정부의 원격진료 정책을 계기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문제는 의사협회의 원격진료 반대가 자신들의 불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담보로 진료거부 카드를 던진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정부에게도 문제는 있다. 오진의 위험성과 책임에 대한 논의는 물론, 원격진료 기기 품질의 안전성 등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한데 아무런 준비 없이 이번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원격진료 법안을 통과시키려하는 등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원격진료가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고, IT 기반 의료기기·기술 개발 및 수출 확대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있어 시장이 열리고 성숙해가는 것은 산업의 자연스런 흐름이다. 맞춤의료 시대를 대비해야 할 국내 시장도 문제지만 더 이상 도입을 미루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어느 제도든 누구든지 하고 싶어 하고 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주요 포인트인 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게 아니라 귀를 열어두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정책방향의 합의가 선행된다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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