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IL은 올해 IT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규 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국내에서는 작년 말부터 그 개념이 본격 소개되기 시작, 몇 개월도 채 안 된 올 초부터 이슈화에 성공했고, 곧바로 실제 구축으로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시장이 형성됐다.
올 초 한화 S&C를 필두로 LG CNS, 대우정보시스템, 코스콤(구 증권전산), 교보생명, LG화재 등이 연이어 ITIL을 도입했고, 한국투자증권과 동부정보기술 등은 현재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SI 업체들이 ITIL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초기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개별 기업들도 독자적인 도입을 추진하는 사례가 출현하고 있어 향후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ITIL이 보편화되어 있는 상태라고 하지만 국내에서의 확산속도는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올해 ITIL이 빠르게 확산된 데는 BPM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다. 즉 지난해 IT 시장의 핫 이슈 가운데 하나로 BPM이 크게 부각된 바 있다. BPM은 지난 2003년 무렵 워크플로우의 대두와 함께 제기되어 불과 1~2년 만에 IT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 이젠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
BPM은 시장 진입 초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의 한 요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 속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또한 EAI(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과 워크플로우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으로 양분돼 BPM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했음에도 기업들은 연이어 BPM 도입을 결정했다. 금융, 제조, 공공을 비롯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들 모두 ‘프로세스 경영’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BPM 도입에 적극 나섰다. ERP 구축 이후 활용을 고민하던 중에 BPM이 제시하는 비전이 공감대를 크게 형성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 KT, 포스코 등의 대기업들이 작년부터 BPM 도입 검토에 들어가 올해에는 BPM 도입을 최종 결정했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계열사 SI 업체를 통해 표준 BPM 툴을 선정해 대규모 도입을 예상케 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권에서도 BPM의 열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IT 시장의 히트 상품인 ITIL과 BPM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우선 두 영역은 모두 프로세스를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국내 IT 시장은 그 역사에 비해 투자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시스템의 복잡성이 외국에 비해 훨씬 심한 실정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국내 IT 담당자는 ‘표준 프로세스’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ITIL과 BPM은 바로 이 부분을 핵심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어 진지한 고려 대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BPM의 경우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검토와 도입이 시작돼 협력사로 확산됐다. ITIL 역시 대기업들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SI 관계사들을 통해 받아들여졌고, 이후 점차 그룹사로 확산됐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BPM이나 ITIL이 모두 전사적 대규모 적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사례가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분명 두 개념들은 틈새나 요소가 아닌 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외에도 BPM과 ITIL은 비록 성격은 상반되지만 둘 다 모두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낮다는 일맥상통함을 가지고 있다. ITIL이야 당초부터 해외 성공사례의 프로세스를 문서화하고 집대성한 개념이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낮게 존재한다.

그리고 BPM은 그 성격상 SI를 통한 자체개발과 패키지화된 제품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패키지적 요소와 자체개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역설적이게도 커스터마이징 부담이 크지 않다. ITIL과 BPM은 전혀 상반된 측면에서 커스터마이징 부담이 작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BPM과 ITIL이 국내 기업들에게 그토록 빠른 호응을 이끌어 낸 이유와 배경을 국내 SW 업체들은 한번쯤 곱 씹어봐야 할 것이다(본지 11월호 33쪽~39쪽 참조).
<이강욱 기자>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