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고, 국민 대다수도 이에 대해 부정을 하지 않는다. 또한 IT의 발전척도로 쓰이는 인터넷과 통신 최강국으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부당 통신 요금의 강국, 대한민국’ 이라는 말도 하나 더 붙여할 것 같다.

지난 달 26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위원장 이융웅)가 발표한 2005년도 3/4분기(7~9월) 통신서비스 관련 민원 처리, 분석 결과를 보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해 준다. 즉 2005년 3/4분기 중 접수•처리된 민원건수는 총 11,958건, 일일평균 157.3건으로 2/4분기 8,575건보다 무려 39.5%나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부가서비스 무단가입 등과 관련된 사용하지 않은 통신요금 및 요금체계 사전 미고지 등의 요금 과다청구가 2,200건인18.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9월 통신위원회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01년부터 2005년 7월까지 통신위에 접수된 민원유형에서도 서비스 회사들의 부당요금 청구에 관한 민원이 전체 민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5년 7월까지 이동전화 민원은 모두 2만4,506건이다. 이 가운데 29%인 7,178건이 부당요금에 관한 것이다. 연도별 부당요금 민원건수는 지난 2001년 562건에서 2002년 617건, 2003년 692건, 2004년 2,340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보다 무려 3.5배 가까이 폭증했다.
부당요금 청구는 4년간 이동전화 7,178건ㆍ인터넷 3,143건으로 전체 건수 가운데 가장 많은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용하지 않은 요금이 청구되는 부당요금 관련 민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통신이용자들은 요금청구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잘못된 요금청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체의 부당요금 청구는 고객우선주의와 서비스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통신업체들이 얼마나 가식적인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통신업체의 경쟁력은 얼마나 낮은 요금으로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정당한 요금도 최소한으로 책정해야 할 판국에 부당요금 징수로 이익을 채우고 있는 통신업체들은 ‘통신 강국’의 후진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시장 규모는 강국일지 몰라도 시장의 질은 후진국 수준인 셈이다.

한편 통신업체들은 요금을 위한 불법 담합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다.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외전화, 국제전화 및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의 유선 사업자간 담합행위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 피해 규모가 총 3,425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공정위측은 시외전화 부문에서 KT, 데이콤, 온세통신,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 4사가 2002년 8월 ‘맞춤형정액요금제’를 공동출시하기로 담합했고, 2004년 6월 시외전화 요금과 시장분할 등에 대해 담합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 신문공표명령과 함께 유선 4사에 총 203억6,300만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린 바 있다.

통신위원회는 시장상황 및 민원제기 추이 등을 모니터링 해 민원발생이 우려되는 분야에 대한 ‘민원예보’ 발령 및 ‘민원동향’ 공지 등의 사전 피해예방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용자의 피해가 반발하는 민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사 및 시정조치를 통해 이용자 권익을 보호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관계 당국의 사후 조처는 어디까지나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즉 제재와 처벌에 앞서 통신업체들의 양심적인 경영이 우선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강압적 통제에 따른 업체들의 경영은 합법적 방법 하에 또 다른 변칙으로 둔갑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업체들의 양심과 윤리 경영이 선행되어야만 속과 겉이 강한, 진정한 통신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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