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최근의 한 글에서 누군가 데이터 없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는 너무나도 공격적인 표현을 접한 적이 있다. 빅 데이터가 유행처럼 확산되다 보니 데이터에서 모든 것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과장된 이야기들이 아무런 정제 없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잠시 집중해서 생각해보면 분명 데이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든 말과 논리전개나 주장은 데이터를 보고 사람이 하는 것이다.

또 그 논리나 주장을 믿고 말고도 사람의 일이다. 데이터는 본래부터 재료일 뿐 결국 무언가 의미를 담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데이터가 많아지고 그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발전된 기술이 제공되는 만큼이나 데이터에 의미를 담을,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데이터는 여전히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니 어쩌면 잘못된 주장이나 판단을 화려하게 포장해 엉뚱한 믿음을 지지하는 근거로 오용될 수 있다. 빅 데이터는 이런 면에서 그 가능성만큼이나 위험성을 가진 양날의 칼과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마치 전지전능한 마법사라도 되는 것처럼 환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을 가지고 있고 복잡한 알고리즘을 마치 구구단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듯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무제한의 변수가 존재하는 세상의 원리와 현상을 데이터 만으로 설명해 내는 것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뛰어난 능력을 가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한다면 완벽하지는 않다고 해도 자신이 분석하는 데이터와 그 의미에 관해 어느 정도는 타당한 해석과 주의사항을 붙여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양성하겠다고 내놓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 방안을 보면 그저 단순히 몇 가지 프로그래밍 도구나 분석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으니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난다고 해도 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인지는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여 년간 확산되었던 CRM의 사례는 지금의 빅 데이터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데이터 웨어하우징과 OLAP를 통해 이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양과 종류의 데이터를 누구나 편하게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구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산출되는 단순 가공된 데이터들은 다양한 유형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고가 되었다. 그러나 지역별 점포별 요일별 매출이나 고객 수와 같은 자료는 그 자체로 아무런 판단을 제공하지 못했다. 데이터와 리포트는 그저 사람의 해석과 주장을 보완하는 참고자료에 불과했다.

좋은 의사결정과 멋진 업무결과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었다. CRM에 실패했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가용해진 데이터를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하는 부분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데이터는 양날의 칼이다. 그리고 빅 데이터는 매우 날카롭고 강력한 칼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좋은 칼을 만드는 기술자일 수 있고 칼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검법의 고수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 칼을 사용해 전쟁을 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얻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의 몫일 수 밖에 없다. 또 전쟁은 칼만으로 승부가 갈리지도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빅 데이터는 환상과 실망이라는 원하지 않는 시행착오의 늪에 꽤나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전용준 / 리비젼컨설팅 대표,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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