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이자 기업용 솔루션 전문 업체로 잘 알려진 국내의 대표적인 K사와 이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D사의 관계는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서로 ‘기술력은 형편없는데 마케팅을 남발해 조만간 빚더미에 앉을 것이다’라는 등등의 근거도 없는 비방을 서슴없이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고, 실상은 기사화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
실상은 어떤가?
D 기업은 벤처 붐이 꺼진 이후에도 시장에서의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기술은 물론 이미지를 상당히 개선시키며, 선발 기업이었던 K를 앞질러 나가고 있다. 두 회사 간의 비방이 얼마나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근거도 없이 서로를 비방하는 벤처 기업들이 무릇 이들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라고 대답할 벤처기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상호비방보다 더 큰 문제는 대다수 벤처기업들이 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줄 알지 시장을 어떻게 창출해 나갈지에 대한 마케팅을 너무 모른다는 데 있다.
제품의 가격에는 기술력 외에도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국내 IT 기업, 특히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기술력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경향이 짙다. 골방에 틀어 박혀 프로그램을 짜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자 중심의 국산 소프트웨어는 ‘제품의 기술’만을 강조한 나머지 브랜드 인지도나 제품에 대한 마케팅에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물론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대부분은 영세한 자금력과 인력으로 인해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어서, 마케팅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성장 가도를 달리는 몇몇 기업들까지도 초창기 벤처식의 사업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 기술이
최고'라는 의식과 자긍심만으로 가득한 기업들도 많다.

물론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마케팅은 사상누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력만을 내세우고, 좋은 제품이라면 당연히 고객이 알아서 찾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나도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사고다. 그런 사고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아마도 고객이 찾아줄 시점에는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국산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를 비롯한 IT 기업들은 프로그램 개발에만 전념하면 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젠 더 넓은 곳으로 나와야 하고 시선을 발밑이 아닌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활발한 타깃 마케팅과 세미나 등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고, 사후관리에 관심을 쏟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근거 없는 비방 등으로 경쟁사와의 경쟁을 이기려는 전술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야만 할 때라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대규모 IT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BMT를 통해 직접 제품과 솔루션을 챙기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굵직한 프로젝트는 SI가 주도하고 있지만, 점점 전문 SW 공급업체들에게도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IT 벤더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며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과거 OEM 방식의 생산자 입장에서 현재의 글로벌 기업으로 브랜드를 장사할 수 있는 데에는 기술력 외에도 수십 년에 걸쳐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진일보한 전략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최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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