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전문업체인 씨게이트가 개최한 간담회는 본말이 전도된 듯한 양상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는 LG전자의 플라즈마 TV에 씨게이트의 하드 드라이브를 내장하게 됐다는 것이 핵심 주제였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는 이 같은 핵심 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향후 HDD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춰졌다.
씨게이트는 우선 HDD의 장래에 대한 장미 빛 전망을 발표했다. 즉 HDD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엔터테인먼트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그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 그 논리의 근거로는 작년 1년 동안 HDD의 시장 규모-가정 내 시장-가 88%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더욱이 신제품 발표 직후 3%의 매출 증대가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의 역동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게 씨게이트의 설명이다.
그러나 발표 직후 HDD 시장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의 질문이 이어졌다. 씨게이트는 이에 대해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반론을 쏟아내 간담회는 HDD의 향후 전망에 대한 토론장으로 변했다.
부정적 견해의 논거는 모바일만 보더라도 실시간 엔터테인먼트에 접속 가능하고, 또한 소비자가 필요한 콘텐츠만 이용한다면 큰 용량의 HDD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 여기에 얼마 전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팟 나노 제품 발표회에서 언급한 발언도 ‘HDD 부정론’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언젠가는 플래시 메모리가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것’이라며 하드디스크의 장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씨게이트는 엔터테인먼트를 보급하는 디지털 미디어 파이프라인도 하드디스크와 미디어 탱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맞섰다. 특히 고음질, 고화질을 선호하는 수요자가 증가하면서 HDD의 용량이 곧 제품 품질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씨게이트의 롭 페이트 이사는 이와 관련 “3년 전 4Gb의 HDD를 개발했을 때도 그렇게 높은 용량의 HDD가 PC에 과연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HDD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잘못된 것임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HDD의 장래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열띤 공방을 벌인 끝에 별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기술로 인해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전망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HDD만 하더라도 일부에선 플래시메모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HDD는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HDD의 고용량, 저비용이라는 장점을 살린 제품이 꾸준히 시장에서 요구될 것이라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시장 전망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벤더들에게 자극제 역할을 하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방향모색을 위한 방향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들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음은 당연지사다.
과연 HDD는 시장에서 죽은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도 건장하게 버틸 것인가. 현재로선 정답을 알 수 없다.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는 꾸준히 변할 것이고 이에 시장에서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년 후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려내기란 비단 HDD뿐만이 아니다. IT 기술 진보와 함께 엇갈리는 시장 전망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문제이다.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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