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사장들이 가장 많이 경질된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여 진다. 3개월여 기간 밖에 남지 않은 2005년이지만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지사장들은 언제, 어느 때 경질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이번 달 만해도 머큐리인터액티브코리아 신임하 지사장과 한국CA 지일상 사장이 그만 둘 예정이고, 그 외의 몇몇 지사장들도 거론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교체된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의 지사장을 보면 한국오라클 김일호 사장,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김윤 사장, 시트릭스시스템즈 김정우 사장, 퀘스트소프트웨어 이학선 사장, BEA시스템즈코리아 김용대 사장, 파일네트 김덕찬 사장, PTC코리아 정재성 사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경질된 공통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즉 영업실적 저조와 영업규칙 위반(사베인즈-옥슬리 법안 저촉)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올해 들어 글로벌 기업 지사장들은 그 어느 해보다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더욱더 경질이 잦아지고 있어 지사장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예전부터 IT 기업의 국내 지사장 자리는 백척간두에 서있는 것처럼 항상 위태위태한 자리로 알려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은 국내 대학생들의 가장 근무하고 싶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손꼽혀 왔고, 특히 한국IBM이나 한국HP 같은 회사는 대학생들이 기업선호도 1위를 차지한 바도 있다. 아직도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인지도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지사장은 글로벌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맡아 보고 싶어 할 만큼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최고의 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지사장이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갖은 수모와 고통을 겪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사장이라는 직책은 감히 아무나 오르지 못하는 높은 지위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 글로벌 기업 지사장들이 미 본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기가 일쑤이다.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고, 또한 어떤 일말의 항의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는 자리로 전락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이젠 특별한 조건이 아니라면 지사장 자리를 거절 할 만큼 지사장 자리는 그 명예나 지위가 땅에 떨어져 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글로벌 기업의 대변인, 또는 본사에서 할당한 영업목표나 달성하는 영업인, 더 나아가 하수인 등으로까지 표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지사장들이 본사가 경질할 만큼 그렇게 문제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만한 인물은 거의 없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경질된 지사장들의 대다수는 미국의 강화된 회계 관련 기준인 사베인즈-옥슬리 법안 때문인데, 이 법안은 속칭 밀어내기를 했기 때문에 회계 기준에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지사장들이 고의로 위반했다기보다 국내 고객들의 어쩔 수없는 관행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위법을 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사장 개인만 책임이 있고, 글로벌 기업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다'고 대답할 글로벌 기업은 없다고 본다. 아마 있다고 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함량 미달인 기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일방적인 책임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지사장들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그런 존재는 결코 아니다. 지사장들의 명예가 실추됐다면 글로벌 기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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