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국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바젤Ⅱ 논의가 차츰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컨설팅을 통해 바젤Ⅱ 로드맵을 확정짓고, 프로세스 혁신 및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연말 또는 내년 초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바젤Ⅱ 프로젝트는 해외와 비교해도 그리 뒤처지지 않은 속도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유럽 지역 은행들이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으나, 그 곳 역시 바젤Ⅱ가 규정하고 있는 필라 1,2,3을 모두 완료한 은행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보다 조금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국내가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바젤Ⅱ 논의가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전문 인력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진행과정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IT 투자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금융권의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컨설팅 업체를 비롯해 SI업체, 솔루션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템 구축이 일단락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는 활용과 시스템 확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에 너무 쫓긴 나머지 보여주기 식으로 구축된 사례도 일부 존재한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이제 바젤Ⅱ 논의는 ‘어떻게 수치를 적용할 것인가’라는 활용 측면과 ‘실제 데이터를 중심으로 본 시스템을 완비’하는 시스템 확장에 대한 고민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투자가 바젤Ⅱ 3대 요건 중 하나인 필라1에 집중되어 있어 필라 2, 3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역시 바젤Ⅱ 시스템 논의는 마무리돼 가고 있으며 이제 남은 관건은 산출된 수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HP 임경은 부장은 “바젤Ⅱ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보다는 작년 컨설팅 진행이 1단계였다면 올해는 2단계로 진입해 컨설팅 결과와 바젤Ⅱ 원문에 따라 구축이 이뤄졌고 그 가운데 맨 앞단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임 부장은 앞으로는 문맥 해석이 아닌 제도적 개선과 이에 따른 여신 시스템 구축이 남아 있고, 대략 2006~2008년까지 시스템 확장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젤Ⅱ 논의가 시작됐던 2003~2004년의 주된 화두가 ‘어떻게 리스크를 측정할 것인가’였지만 이제는 ‘어떻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스템을 구성할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량화된 수치를 더욱 정교하게 산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상의 데이터로 돌려보는 단계였지만, 이제는 실제 데이터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완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여신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포팅 부분에 대한 보완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AS코리아 황학순 차장은 “리스크 수치를 계산해 내는 기능적 부분은 이제 완료됐다. 하지만 의사결정에 활용 가능한 비정형 리포팅 체계가 아직 미진하다”며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에 어떠한 요소들을 어디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요구는 수치 산출에만 머무르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며 다양한 리스크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하는 방안도 좀 더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부분은 IT 업체의 지원이 제한적이며 은행 내부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국내 은행실무자들의 의욕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 빠르게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젤은 크게 필라 1,2,3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각각 최소 소요 자기자본, 감독 기능, 시장 자율 규제 기능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투자가 이뤄져온 부분은 필라1 영역. 하지만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필라2에 대한 세부 지침안을 발표한데 이어 9월말까지 이행계획을 요구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졌다(상세한 내용은 본지 9월호 33~36 쪽 참조).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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