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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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시장과 외래어
국내 IT 시장과 기술은 외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많은 경우 국내 IT 시장의 전개 양상은 외국,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시장과 매우 유사하게 진행된다. 단지 짧게는 6개월에서 부터 2년 가량의 시차만 존재하곤 한다.
이러다보니 IT 시장에서 통용되는 대부분의 용어가 외래어다. 그것도 상당수가 약자로 통용된다. BPM, CPM, ERP, CRM, SCM, EAI 등 이러한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리고 새로운 약자들이 하루가 멀다고 속출하고 있다. AML(Anti- Money Laundering, 자금세탁 방지), RWH(Rule Warehouse, 룰 웨어하우스), PPM(Project &Portfolio Management,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관리) 등은 비교적 최근 들어 통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용어들이다.
이런 모습은 IT를 어렵고 딱딱한 영역으로,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신기술이 외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제시되는 현실 속에서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오히려 의사소통의 심각한 저해를 가져올 것이다. IT 업계에서 외래어의 사용은 한국인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한자 사용만큼 불가피하다.
하지만 외래어의 사용과 표기, 그리고 이의 한글표기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외래어의 사용이 불가피한 IT 업계는 이에 대한 관심과 유의가 필요하다. 무심코 사용한 단어 표기가 시장 형성 자체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부통제(Internal Control)가 좋은 예이다. 내부통제는 Internal Control이라는 용어를 한글로 직역해 사용되고 있다. 이는 원래 각종 규제(바젤2, 사베인즈-옥슬리, 국내 회계개혁법 등)에서 내부 프로세스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통제로 한글화된 내용에서는 이런 본래의 취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내부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감시감독을 의미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음울한 기운이 물씬 풍기고 정보화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로 다가온다. 불법도청이나 CCTV도 연상된다. 최근 내부통제 관련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되고 있으나 원활한 적용과 활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이 내부직원들의 정서적인 거부감이다. 문화의 차이가 제일 큰 이유지만 부정적인 용어의 뉘앙스 역시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IT 거버넌스 역시 '자산관리 및 프로젝트 관리를 기반으로 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자는 것'으로 향후 유망 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이는 우리말로 풀이해 'IT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단어를 기계적으로 번역한 결과다. 하지만 이 용어만으론 IT 종사자는 물론 누구라도 어떤 내용인지 파악할 수가 없다.
BRE(비즈니스 룰 엔진) 업계는 AI(인공지능)이란 단어의 사용을 극도로 피한다. 룰엔진이 비록 AI에서 출발해 비즈니스 로직을 추출/자동화하고 있지만 AI가 가진 직감적인 오해의 폐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AI에서 극도의 자동화(영화에서 나오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 등)를 떠올리거나 정반대로 아직은 실현이 불가능한 공상적인 영역으로 받아들인다. 어느 하나도 BRE의 정확한 인식에 도움이 안 돼 AI란 용어 사용을 피하고 있다.
IT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커져갈수록 그 활용이 관건이 되고 있다. 그리고 활용은 실제 사용자의 정서와 수용여부에 크게 달려있다. 부정적인 어휘(내부통제)나 알 수 없는 용어(IT 거버넌스),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AI)들은 대다수 사용자의 올바른 이해를 저해하고 있다.
외래어의 사용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차선책으로라도 보편적 이해와 국민 정서를 감안한 쉬운 용어로 바꿔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IT 투자 당위성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벅찬 IT인력들에게 용어의 부정적인 어감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IT 용어의 범람이 IT의 발목을 잡고 있다. IT 관련자 및 미디어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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