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바젤2와 관련 실무자들은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선두권 은행들의 경우 올 연말 시스템 구축 완료를 목표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젤2 담당자들은 시스템 구축 완료 이후에도 실제 데이터 적용 및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및 확장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2년 전부터 프로젝트에 착수해 왔으나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이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바젤2 프로젝트는 매우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컨설턴트의 말을 빌리면 현장 분위기는 빡빡한 일정을 탓하기 보다는 프로젝트에 대한 열기와 활기가 가득하다고 한다.
바젤2라는 커다란 위기상황을 맞이해 모처럼(?)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서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가장 큰 이유다. 속사정을 좀 더 살펴보면 그동안 기존 리스크 관리의 미비점을 파악, 개선하려고 해도 내부의 장벽이나 관행 때문에 좀처럼 개선되지 않던 많은 부분들이 바젤2로 인해 척척 개선되고 있어 신바람이 절로 난다는 설명이다. 이들에게 바젤2는 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고, 놀고 싶은 데 널찍한 멍석을 깔아준 격이다.
실무자들의 이러한 열기와 활기는 프로젝트의 질을 크게 높여주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여건이 충실히 반영된 바젤2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바젤2 시장은 유럽을 제외하고는 가장 빠른 진척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논의 초기에 우려됐던 전문 인력 부족에 대한 염려도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일할 여건이 조성되니 한국인의 우수한 학습능력이 발휘돼 자체 역량의 축적이 충실히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국내의 바젤2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내부역량은 일부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자체적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젤2와 관련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일정에 얽매어 외형 위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춰보자. 바젤2에 대비해야 한다는 은행장(CEO)의 확고한 의지와 능력 발휘를 한번 해보자는 실무진들의 열의가 조화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대다수의 국내 프로젝트는 기술에 그다지 능통하지 못한 의사결정권자들이 IT 트렌드에 따라, 때로는 유행에 따라 투자를 진행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무자들은 여기에 수동적으로 따라왔다. 활용도가 문제가 됐고 지속적인 변화관리가 뒤따라야 했다. 그러나 최근 바젤2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실무자들에게 마음껏 역량을 펼칠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많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자 열쇠라는 점이다.
멍석만 잘 깔아주면 잔치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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