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컴플라이언스 이슈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바젤Ⅱ가 컴플라이언스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면 내년에는 여기에 자금세탁방지법이 새로운 이슈로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세탁 방지법은 불법자금의 유출입을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법안으로 마약, 밀수, 조직범죄 등 중대범죄의 자금세탁 방지와 중개 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안이다. 따라서 국가 신인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테러 자금 유통 차단을 목적으로 관련 법안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국제자금세탁방지 기구인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를 중심으로 2003년부터 40개 권고사항의 개정과 특별권고사항의 추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내년 1월 16일부터 보다 강화된 자금세탁방지 법안(법안 :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강화된 규정에 의해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TR, Currency Transaction Report)와 고객주의 의무제도(CDD, Customer Due Diligence)가 본격 실행된다.

◇ 미온 대처 시 평판 리스크 크게 존재…이 같은 자금세탁방지법은 직접적으로 은행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처가 잘못될 경우 은행 신뢰도와 명성에 치명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 가령 국내 유력은행의 해외지점을 통해 테러자금이 유통됐고 실제 테러에 사용됐다면 은행의 평판 하락은 물론 관리 능력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심할 경우 거래 정지와 같은 영업활동 규제가 뒤따를 수도 있다. 따라서 해외 금융거래가 활발한 국내 선두 금융권, 즉 은행을 비롯한 보험, 증권사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KoFIU, 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을 중심으로 관련 시스템 도입과 분석역량 강화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TR)와 고객주의 의무제도(CDD) 등이 이의 일환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CTR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일정금액 이상의 현금거래가 발생하는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토록 하는 제도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도입하고 있다. 5천만원 이상의 금융거래는 거래 후 30일 이내에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 이전 2000만 원 이상의 금융거래 중 돈세탁 의혹이 있는 거래에 대해 자체적인 판단을 거쳐 신고하는 규정에 비해 강도가 크게 강화됐다.
CDD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수요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기본적인 신원사항을 확인함으로써 불법행위와 연결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하는 정책이다. 선진국에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으며 정확한 고객 심사를 통해 부실대출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금융기관의 평판위험(Reputation Risk)을 줄일 수 있는 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의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서는 금융기관의 고객신분확인에 대해서 별도 규정이 없어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고객 신분 확인은 금융실명법 및 상법에 의한 적용이 이뤄져 왔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법에서는 고객이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거나 허용금액 이상의 일회성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당사자 신원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자금세탁 의혹이 있을 경우 당사자 확인 여부 및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세부적인 내용은 논의 중에 있다.

◇ 자체 모델까지 요구…관계 전문가들은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국제적인 동향은 국내 움직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은행의 경우 혐의 거래 보고에 있어 내부적으로 자금세탁 유형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 증명까지를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요구로 뱅크오브 아메리카(BOA)와 모건 스탠리, BI 전문업체인 SAS 등은 공동으로 자금세탁 유형에 대한 모델을 개발해 패키지화하기도 했다. 현재 SAS가 공급하고 있는 AML(Anti-Money Laundering) 솔루션이 바로 이 제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컨설팅 업체들을 중심으로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스터디가 이뤄지고 있으며, SAS코리아와 같은 솔루션 보유 업체는 하반기 세미나 개최 등으로 본격적인 확산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다. 비즈니스 룰 엔진 업체인 케이에스텍 역시 9월 중 본사 임원이 방한해 정부 측에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솔루션 소개를 준비하고 있다.
솔루션 전문 업체들은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선도 은행을 중심으로 도입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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