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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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
애플컴퓨터의 MP3 플레이어 제품인 아이팟(iPod)은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이팟의 눈부신 성공은 얼마 전 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 사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연구 붐을 불러 일으켰고, 애플컴퓨터의 매출과 순이익까지도 크게 개선시켰다.
실제 애플컴퓨터는 지난달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매킨토시 컴퓨터 판매 호조에 힘입어 3분기 실적이 크게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3억2,000만 달러) 증가했고, 매출 역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35억2,000만 달러)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최근 들어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으나 그 폭은 그렇게 크지는 않고 있고, 국내 고객들로부터의 반응은 세계적인 명성을 무색케 할 만큼 여전히 냉담하다. 국내 MP3의 선전과 함께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내 사용자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1,000곡 이상을 저장이 가능한 아이팟의 기능에 대해 국내 사용자들은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한다는 부분이다.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저장해 활용하기 위한 기능이 우리 국민들의 보편적인 정서에는 잘 맞지 않아 외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언뜻 듣기에는 쓴 웃음을 흘릴 만큼 언짢기도 하지만 많은 관계자들은 냉철한(?) 분석이라는 의견이라는 데 동의한다.
절대적인 이유는 아닐지라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실제로 데이터의 체계적인 분류와 저장, 활용 부분에 있어 국내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IT 시장에서도 리포팅의 경우 외국에 비해 유난히 화려하고 현란한 기능이 발전한데 비해 10여 년 전부터 중요하다고 강조되어 왔던 콘텐츠 관리(Contents Management)는 아직까지 시장 기반이 취약하다.
그 이유에 대해 '콘텐츠 관리가 가시적인 효과(ROI 등)를 증명하지 못해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인프라적인 성격으로 인해 눈에 확 띄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ECM 벤더들의 항변 역시 설득력이 있다.
ECM(Enterprise Contents Management) 전문 업체들은 국내 콘텐츠 관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웹 콘텐츠 관리(WCM), 디지털 자산관리(DAM), 레코드 관리(RM) 등으로 꾸준히 변화를 시도했으나 어느 것 하나 국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들어 핸디소프트나 파일네트와 같은 일부 ECM 전문 업체들은 ECM 엔진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별도의 BPM 엔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기반에는 그 동안 그들이 주력해 온 ECM이 자리하고 있다.
본업에서 낭패를 보고 부업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둔 격이다.
ECM 시장이 그토록 오랜 기간 자리를 잡지 못한 가장 큰 이유 하나를 든다면 '국내 정서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제 아무리 기능이 훌륭하고 편리하다 하더라도 정서적인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다면 시장 형성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국내의 일반적인 정서가 화려한 화면이나 커다란 외형에는 높은 관심을 갖지만 내용물 분류나 정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경향이 짙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단기간에 변하기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인 탓이다.
애플의 아이팟과 국내 ECM 시장에서 우리는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IT 기술의 필요성과 국민정서는 엄연히 다르고, 시장의 확산과 성숙은 국민정서에 의해 수용 속도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다시 한 번 곱씹어볼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국내의 많은 SI 및 SW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의 앞선 인프라와 경험을 무기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이유를 아이팟과 ECM 벤더들의 모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유용성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국민 정서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만 하지 않을까?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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