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이하 시스코)는 최근(8.18~8.20) 제주도에서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2006 회계연도 킥-오프(시무식) 미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의 일환으로 치러서인지 규모도 컸고, 또한 유명 개그맨까지 초청해 다소 화려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무식을 외부에서, 그것도 국내 최고 수준인 ‘H'호텔에 전 직원(약 200여명)들을 투숙시키면서까지 치렀다는 것은 시스코 사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다수 직원들은 다소 의아해 하면서도 행사기간 내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시무식에 초청받은 전문지 기자(13명)들은 시스코 직원들의 다소 흥분되고 고무된 분위기와는 달리 우울함과 착잡함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시스코 직원이 묵고 있는 ‘H’ 호텔에는 방이 없어 별도의 ‘L’ 호텔에 투숙시키는가 하면 그것도 한 방에 4명씩을 배정해 여러 가지 불편함을 겪게까지도 했다. 시스코 직원들은 한 방에 두 명 또는 한 명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참고로 시스코의 미디어 데이는 전문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스코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 사항, 즉 시스코의 미래 발전 방향, 기술 및 제품의 변화 추세 등에 대해 교육 및 강의를 해 주는 행사이다.)
굳이 이 같은 지적을 하는 것은 전문지 기자들에 대한 홀대를 거론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시스코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남다른 고민과 노력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스코의 이번 행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고,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시스코가 고객들을 생각하는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느냐에 있다.
시스코는 이번 행사에서 기술과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Offensive)’인 영업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수직적인 마케팅을 제품 마케팅으로 방향을 바꿨고, 또한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와 호주 지역 고객 서비스 총괄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던 양경창 전무까지 마케팅 총괄로 불러왔다고 한다.
또한 시스코는 지난 5년간 충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인원 동결 방침을 풀고, 다음 분기에 신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구조적인 채널 정책의 문제점도 점차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시스코는 이번 행사를 변신을 추구하기 위한 첫 출발 계기로 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코의 이런 변신 노력이 진정일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초대된 손님인 전문지 기자들에 대한 홀대 때문일까. 결코 아니다. 시스코가 진정으로 변신을 추구하고 싶다면 그들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주는 엔드 유저나 한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초대한 손님에 대한 배려도 제대로 못하면서 변신을 추구하겠다는 그들의 발표는 구두선에 불과하지 않을까. 물론 전문지 및 전문지 기자들은 과거 수년 전에 비해 그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때문에 특별한 배려도 원하지 않았고, 항변조차도 하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시스코의 정해진 프로그램만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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