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디지털 영상 전화 서비스가 제자리걸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영상 전화 서비스 업체인 하나로텔레콤과 KT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디지털 영상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8개월이 지났으나 가입자 수는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초기 가입자 수가 50명이었는데, 8개월이 지난 지난달 말 현재도 이 수준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VOIP 시내전화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이 서비스에 집중하다 보니 영상전화 서비스에 투자할 만한 여력도 없고 수요도 없어 사업을 거의 포기 직전에 있다고 한다.
VOIP 업체인 애니유저넷과 씨토크 등도 영상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회사에도 가입자가 거의 미미하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KT를 비롯한 대다수의 별정 사업자들도 거의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영상전화 서비스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시장적인 특성 즉, 규모의 경제성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상전화 서비스는 영상 전화기를 따로 구비해야 되는데, 기존 장비가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70만 원 선이라는 것. 물론 최근에 50만원대까지 내렸다고는 하나 소비자들이 그만한 돈을 투자할 만큼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상전화 서비스가 대중화 되려면 대부분 전화 사용자가 영상전화기를 도입해야 하는데 50만원을 들여 영상통화를 위한 단말기를 구매할 고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영상전화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단말기 도입이 대중화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특판 등의 프로모션 정책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홍보 및 마케팅 정책을 적극 펼쳐야만 하는데 이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물론 영상전화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정서적인 문제도 해결해야만 할 숙제다. 즉 전화 통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다. 복장을 갖추어야 하고 자세도 바로 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불편함이 많아 기존 유선 전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SK텔링크, 삼성네트웍스, 데이콤 등 별정사업자들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영상전화 서비스를 준비 또는 제공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이 표면적으로 밝히는 것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영상전화 서비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070 번호 VOIP 서비스가 대중화 된 이후에는 다소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상전화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비스를 계속 추진할 할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할 때이다.
<안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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