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게임에 대한 본질적인 토론이 이뤄져야"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강화 법안에 게임업계가 거세게 반기를 들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유래없는 3중규제(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로 몸살을 앓았다. 3중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력을 채용하느라 울며 겨자먹기로 수천만원의 돈도 썼다.

이런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강력한 규제가 들어오자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남궁훈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2년도 지스타 메인 스폰서였던 위메이드는 이번 법안이 향후 어떻게 진행되는지와 상관없이 법안 상정 자체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번 2013년도 부산 지스타는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의하였습니다"며 법안 상정 자체에 반기를 들었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신상철 YD온라인 대표 등 게임업계 수장들도 여기에 뜻을 같이 하며 손의원의 의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자칫 이번 지스타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손인춘 의원을 비롯한 이번 발안에 참여한 17명 의원은 "셧다운제를 더욱 강화해 청소년들을 게임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아직 자아가 형성하지 않은 10대들이 무분별하게 게임을 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이런 폐해를 막겠다는 것. 정부도 이미 지난해부터 셧다운제를 시행하며 이런 의지를 내비쳤었다.

그러나 성인과 청소년을 구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주민등록번호밖에 없는 셧다운제는 아무런 효용이 없었다. 실제로 자정 이후 이용자들의 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게 이를 방증한다.

게임업계와 손인춘 의원과의 갈등이 증폭된 이유는 손의원이 효용성이 없는 셧다운제를 더욱 강화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공청회나 상호간의 의견 교환도 없이 독단적으로 이런 발안을 만들었다는 점에 더욱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남궁훈 대표를 비롯한 게임업계 실무자들은 더 이상 참을수만은 없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만만한게 게임이냐", "새 정부의 게임업계에 대한 생각이 이런 것이냐"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이 다소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확대 해석해 전체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금지하게 막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병찬 법무법인정진 변호사는 "게임이 청소년에게 어떤 점에서 유해한지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순리적으로 따져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되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훈 대표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을 단순히 유해산업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을 배척 대상으로 보지 말고 함께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나가자는 입장이다.

그는 또 "청소년 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으로 암적인 존재 취급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진정 청소년들의 과몰입을 막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청소년 과몰입을 진실로 막고 싶다면 업계와 함께 함께 고민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남궁훈 대표의 의견에 힘이 실려 갈등이 증폭되기 전에 정부와 업계 관계자가 모여 게임에 대한 본질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의원처럼 독단적인 발안을 제시하기 이전에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생각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문제가 커지자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손인춘 의원실은 빠른 시일 내에 공청회를 열어 업계와 해결책을 모색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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