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7~8월은 IT 업계의 비수기로 불려왔다. IT 업계가 계절을 타는 업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무 담당자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시장 수요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7~8월에 잠시 숨을 고르고 하반기에 프로젝트가 집중되는 것이 국내 IT 시장의 한 특징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중간 휴식기(?)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대형 벤더들이 포진해 있는 스토리지 업계는 상반기부터 바쁘더니 7월 들어서도 무척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월 전자거래 기본법 시행이라는 호재를 앞두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위함이다.
신제품 출시를 통한 제품 보완은 기본이고 채널 정비, 컨설팅 능력 강화 등으로 분주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 담당자들에게 여름휴가는 딴 나라 얘기다. 이들만이 부산한 게 아니다. 기존 하드웨어 박스 중심의 비즈니스가 점차 컨설팅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 비즈니스로 이동하고 있어 그 파장은 협력사를 넘어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스토리지와 연관된 백업 및 아카이빙 시장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특히 백업 시장의 경우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것만 하더라도 상당수에 달해 각 사가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은 윈-백 사례가 심심찮게 출현하기에 그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모두가 열심히 뛰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준비해야하는 벤더들만이 바쁜 여름을 보내는 건 아니다. 2금융권 역시 부산한 여름을 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번 달 들어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2금융권 차세대프로젝트가 하나 둘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 초 신동아화재가 차세대프로젝트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데 이어 이번 주에는 새마을금고연합회가 RFP를 발송했다.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조만간 프로젝트 착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2금융권 IT 담당자들은 여름을 잊고 지내고 있다. 또한 최근 통합 논란이 있었던 저축은행들까지도 금융감독원의 감사 강화 방침에 따라 재해복구시스템, 차세대시스템 등을 검토하느라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특수한 상황에 다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 부적절한 지엽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IT는 그 특성상 업무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움직인다. 따라서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IT 벤더들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 외에 IT 투자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곧 IT에 대한 인식확산과 질적 고도화가 이뤄지는 있는 생생한 증거라 할 수 있다.
하루 종일 공부한다고 우등생이 되는 것은 아니듯이 1년 내내 IT를 고민한다고 해서 질적인 도약이 담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IT 시장이 다소 기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 IT 업계가 흘린 땀과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 거둔 경험은 더욱 값진 법이다.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이 국내 IT 시장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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