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실 경영이다. 이미 빅3 SI업체인 삼성SDS, LG CNS, SK C&C의 연간 매출은 5조원에 달해 국내 IT시장에서 막강한 위치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5% 내외로 내실 경영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삼성SDS는 큰 폭의 영업이익 상승을 기록해 9.3%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빅3를 제외한 나머지 SI업체들에게는 5%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숫자다.
SI업체들의 매출은 크게 그룹사와 비그룹사로 나뉘며 금융, 공공, 해외 실적 등이 비그룹사에 속한다. SI업체들은 태생부터가 그룹사 시스템관리(SM)에서 비롯돼 현재까지 그룹사 매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SI업체들 가운데 비교적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던 CJ시스템즈의 경우 그룹사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실제로 SI업체들끼리 경쟁하는 시장은 금융과 공공인데 영역 확장을 위해 공공시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SI업체들은 공공 프로젝트에서 손해 본 만큼을 그룹사 프로젝트에서 대치하는 영업방식을 취해왔다. 아랫돌 빼서 윗돌 쌓기인 셈이다.
그동안 SI업체들이 내실 경영을 위해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매출 규모가 커도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비로 다시 지출돼 실제로 크게 남지 않은 장사에서 벗어나 제품을 직접 개발해 판매하는 시도도 했다. SI업체들이 하드웨어 장비를 생산하기는 역부족이고 하드웨어보다는 단가가 적게 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썼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사업은 수익률이 높은 반면 초기 투자비가 만만치 않아 SI업체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수 천 명의 인력을 동원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만한 제품이냐가 관건인데 대부분 외산 제품들이 선점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접게 된 것이다.
현재 삼성SDS만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SI업체들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리눅스 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컨설팅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오픈타이드(삼성SDS)나 엔트루컨설팅(LG CNS)을 만들기도 했으나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경쟁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SI업체가 내실 경영을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외산 IT업체들이 오늘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마케팅 능력과 영업력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해 왔던 저력이 쌓여 오늘날의 경쟁력을 이뤄낸 것이다.
삼성SDS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다른 SI업체들도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 이제 국내 IT산업에서 국산 IT업체로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길은 내실 다지기와 더불어 꾸준한 R&D 투자일 것이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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