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교수, SW육성 외치며 예산절감하는 정부 행태 지적

"공공에서 정보화시스템 도입 시 가격을 많이 깎았다고 칭찬 받는 게 현실이다. 담당 공무원에게 표창까지 주는 상황이다. 이런 공공시장의 관행이 바뀌지 않는 이상 SW시장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구매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는 "정부가 SW육성을 외치면서 SW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정부는 SW육성을 대외적으로 외치면서 SW산업을 살린다고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속사정을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정보화 사업 예산 책정을 낮게 잡고 있으며, 실제 발주 당시 요구사항 불명확으로 실제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축소보다는 가격 할인 방식으로 사업을 반강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 공공정보화사업에서 59.9%가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이런 영향으로 업체들은 원가계산액 대비 91.1% 수준으로 사업을 낙찰 받게 돼 사업 시작부터 손실을 입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게다가 적정한 유지보수 비용은 커녕 무상유지보수까지 껴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품질보다는 가격 중심의 입찰에서 비롯된다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김 교수는 전체 공공 발주 중 37.6%는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49.4%에 이른다. 이에 부적격 업체 참여에 의한 시장 과당경쟁이 발생해 정부는 품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업계는 손실만 떠안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가격을 고정하고 기술 및 품질 중심으로 평가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용역보다 패키지가 선호되야 하지만 정부는 패키지SW 구매는 인색하며 무조건 용역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정부의 관행이 대기업이면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는 IT서비스기업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산업을 왜곡시켰다고 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전문성 부재로 모든 사업을 대기업 IT서비스기업에게 의존해 중소SW기업을 대기업의 하도급으로 만들어버리게 된 결과까지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는 워드프로세서나 그룹웨어를 패키지SW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개발하면서 관련 SW업체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기도 했다. 당시 행자부는 '하나워드'라는 워드프로세스와, '이지원'이라는 그룹웨어를 용역 개발해 무상으로 배포했으며, 이 때문에 관련 패키지SW업체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김 교수는 "워드프로세스 순위에 정부에서 만든 '하나워드'가 버젓이 들어가 있는 것을 공무원들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비꼬아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문제점에 김 교수는 ▲가급적 패키지SW를 구입 ▲개발 시 정보전략계획(ISP)를 선행, 별도 사업으로 ▲개발 시에도 패키지SW 사용을 촉진 ▲SW사업 발주 및 관리 전담 부서 운영 ▲적정 유지보수비 지급 ▲SW저작권은 개발자에게 주도록 하는 등 바람직한 정부의 SW 수급 방향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정부의 사례가 잘못된 예로 쓰이기보다 모범적인 예로 쓰이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주최로 이뤄졌으며, 김 교수의 주제발표 이후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봉규 교수, 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 이스트소프트 윤태덕 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조현래 저작권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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