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홍 신화벨리 대표이사/기술사

지난해 IT 산업은 약 750억 달러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는 겨우 8억 달러(1.7%)에 불과했다. 서비스를 포함한 국내 시장규모는 세계 시장의 0.9%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른 IT 산업과 연계된 종합적이고 획기적인 정책개발이 절실하고 시급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발전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체와 매출규모는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6,103개였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의 수가 지난해에는 5,747개로 약 356개 업체나 문을 닫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중심으로 공개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정부의 소프트웨어 육성정책이 결국 실제 시장에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더 이상 시행착오나 탁상행정이 아닌 실용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과 전략이어야만 한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시작하는 분위기를 살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할 수 있는 준비와 발전 방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제시한다.

첫 째,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를 재편해야 한다.
즉 대기업마다 설립된 SI 업체들과 중소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들의 중복과 사각부문을 개선하지 않고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많은 솔루션과 특화 전략 속에서 명품 솔루션이 없는 것도 의아하지만 몇 천 명의 고급 인력을 보유하고 연간 1조가 넘는 매출을 자랑하는 대형 SI 업체들도 대표적인 자체 솔루션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을 무엇이라고 변명해야 하는지 우리 스스로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제는 전문 업체끼리 합작과 병합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소프트웨어 전문화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둘 째,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현재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백화점식 제품 진열과 전문 분야에 관계없는 프로젝트 수주 행태에서는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연구개발이나 투자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해 보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총력을 쏟는 기업만이 끝까지 살아남고, 다국적 기업으로 크게 성장함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영체계에 집중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리케이션 부문의 SAP 등은 각 부문에서 명품으로써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 째, 정부가 대 구매자의 역할로 시장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한계가 있겠지만 정부 부처에서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컨소시엄에 관계없이 50% 이상 국산 소프트웨어를 채택하고, 이 가운데 25% 이상은 국산 중소기업의 솔루션을 배정해 특화 솔루션 업체를 양성하는 기반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만 한다.
즉 정부에서 제값주기 운동이 벌어지는 시점을 계기로 SI 대기업들은 특화되지 않은 무늬만 자사의 솔루션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본연의 시스템 통합 업무에 치중하고, 국산 솔루션 업체와 더불어 상생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부당한 단가 인하, 발주 변경, 하도급 대금 지연 등 중소 솔루션 업체가 육성되지 못하는 기본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길이 될 것이다.

넷 째, 급변하는 IT 기술에 대응할 새로운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해야 한다.
IT의 급격한 발전에 대응하여 차세대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각 시도 지역별 국립대학에 교육센터를 설립해 분야별로 강도 높은 첨단 기술 교육 훈련으로 10만 명의 정예 IT 용사를 양성해야 한다.
이제가지의 대학 교육은 학문적인 면과 IT 기반기술인 인프라 분야에 집중해 왔다. 이제는 산업에 직접 적용될 수 있고, 전사적인 시스템 구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EA(Enterprise Architecture)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간과하거나 해외에 의존해 왔던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컴포넌트 기반 개발(CBD) 기법으로 업종, 업태별 솔루션을 준비해 한다.
동시에 산업현장에서 검증된 당당한 교수진을 발탁해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생을 선발해 새로운 분야의 참신한 인력 풀을 갖춰야 한다.

다섯 째,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계약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국내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아직 중소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특화 솔루션 연구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의 하드웨어 유지보수 계약이 약 7~8% 선에서 타결되고 있어 솔루션의 유지보수계약도 같은 비율로 계약되고 있기는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다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솔루션의 유지보수 비율이 1/2도 못 미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공공부문부터 국산 솔루션과 국산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계약 100% 운동을 펼쳐야 할 때다.
아울러 유지보수 계약을 12%로 현실화시켜 기존 전문 업체들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최근 정보통신부와 소프트웨어진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제값주기 운동'이나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발주 중소기업의 국산 20% 의무구매제도', 그리고 공공기관 '패키지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가이드라인 제정' 등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의 큰 전환점이 될 구체적인 시행정책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허와 실을 냉철하게 분석해 장기적이고, 입체적인 정책으로 새로운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업계 또한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문가와 특화된 국산 솔루션들이 각광을 받는 풍토를 조성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 한다.
<김연홍 신화벨리 대표이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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