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와 오라클이 ERP 시장을 둘러싸고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상대의 고객, 즉 SAP는 오라클 고객을, 오라클은 SAP 고객을 직접 공략해 자사의 고객으로 확보할 윈-백 전략까지도 마련해 놓고 있어 자칫 이전투구 양상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이들 양사가 마련한 윈-백 전략을 보면 SAP는 ‘SAP 세이프 패시지 프로그램’을, 오라클은 ‘OFF SAP’ 또는 ‘SAP에 대한 오라클 퓨전’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내놓은 각 프로그램은 상대방의 고객들이 자사 솔루션을 사용하도록 유도 또는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AP는 최근 피플소프트, JD에드워즈, 리텍 등의 솔루션 업체들이 오라클에 인수됨에 따른 이들 솔루션 업체들의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것이다. 즉 오라클로 인수 과정에 있는 이들 고객들이 다소 혼란스러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집중 펼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SAP가 마련한 ‘SAP 세이프 패시지 프로그램’이다.
오라클 역시 기존 SAP R/3 고객 가운데 my SAP ERP나 my SAP 비즈니스 스위트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라이선스를 갱신하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재구축해야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E-비즈니스 스위트로 마이그레이션 할 수 있도록 영업력을 집중해 자사 고객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각오이다.
현재 이들 두 업체는 경쟁사 고객을 빼앗기 위한 전략으로 각종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오라클은 SAP R/3 고객이 오라클로 전환할 수 있도록 100%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마이그레이션 계획에 대해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컨설팅 사업부가 R/3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담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오라클은 ‘SAP 마이그레이션 인사이트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에 마이그레이션 과정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을 널리 알려 자사 고객으로 점차 유도해 나간다는 것.
특히 오라클은 애플리케이션 라이선스와 유지보수를 초기 6개월 동안 비용 부담이 없는 무이자로 2년 동안 상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SAP는 피플소프트와 JD에드워즈 고객을 빼앗기 위한 전략으로 피플소프트 유지보수, 지원 서비스 담당 업체인 투마로나우를 인수했고, 이들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지보수비를 약 17%로 낮게 책정했다.
이는 오라클의 유지보수료인 22%보다 약 5%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이밖에 SAP가 마련한 세이프 패키지는 SAP 솔루션과 SAP 넷 위버 플랫폼뿐 아니라 일련의 맞춤형으로 인센티브를 패키지로 제공해 고객의 기존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보호하고 유지보수 지원을 보장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SAP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오라클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이미 SAP는 JD에드워즈 사용자인 쌤소나이트를 자사 고객으로 확보했다. 그러나 오라클은 아직 윈-백 사례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오라클이 그 동안 인수합병(M&A)에 열중하느라 미처 경쟁사 고객으로까지 영업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AP와 오라클은 그 동안 자사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해 왔다. 즉 이번처럼 상대방의 고객까지 빼앗겠다는 각오, 특히 공략 대상까지 노골적으로 지명해 영업을 펼쳐 온 경우는 없었다. 이는 오라클이 M&A로 시장영역을 확장하는데 따른 SAP의 반격으로 볼 수 있다. 즉 오라클의 세력 확장에 SAP는 크게 당황해 반격을 시도했고, 오라클은 또다시 이에 질세라 맞불 작전으로 공략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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