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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는 한물간 유행이 아니다!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A는 한물간 유행이 아니다!

▲ 최종섭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성숙단계를 고려한 EA 추진 필요 -





1. 도입

EA의 공공기관 도입을 법으로 의무화하여 시행한 것은 6년 전인 2006년 7월 1일. 시행 5년째인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이 EA 성과에 회의를 품고 있다. EA 용어와 개념이 보편화 되었어도 EA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고, 그 성과가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영기법처럼 유행이 지나 한물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EA를 조직의 복잡성을 관리하며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에 따라 EA 필요성, EA 성숙단계, EA 용도, EA 활성화 방향 등을 중심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정리해 본다.


2. EA 탄생과 진화(왜, 필요한가?)

EA의 기본 출발점은 시스템 이론이다. 시스템이란 '하나의 목적을 가진 구성인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상호작용하는 통합체'를 말한다. 19세기 들어 산업혁명으로 분업에 의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동시에 여러 사람과 조직이 협력하여야 하는 체계가 도입되면서 복잡성의 문제가 등장하였다. 1930년대 들어 시스템 이론은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되는데, 독일의 생물학자인 베르탈란피(Ludwig von Bertalanffy)에 의해 일반시스템 이론이 정리되면서 '부분간 균형을 통한 전체의 성장'이라는 개념이 소개되었다.

정보화 분야에 EA가 등장한 것은 1987년에 IBM의 자크만(John Zachman)에 의해서이다. 1980년대는 미 국방부의 경우 17개 대형 정보화사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는데 계획기간보다 평균 1.7배의 지연이 발생하거나 또는 사업이 취소되었다. 정보화사업의 규모가 획기적으로 커지면서 많은 사람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복잡성의 관리를 하지 못하면서 사업의 실패를 경험한 것이다. 자크만은 사업을 하나의 덩어리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대신, 나누어 관리하게 하였다. 즉,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고위직부터, 중간관리자, 실무자, 개발자, 그리고 용역계약자까지 다섯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를 사물을 보는 시각에 따라 육하원칙에 의해 여섯 종류로 나누어 모두 30개의 상자를 제시하였다. 분할하여 설계하고 엮어서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Divide & Conquer).

미국은 1990년대 들어 EA를 국가경영기법으로 채택하였다. 미 국방부가 걸프전에서 겪은 상호운용성의 문제와 정보의 중복성을 해결하고자 EA를 도입하여 활용하였으며, 초기에는 기술적 차원의 통합과 상호운용성에 집중하였다가 점차 국방개혁의 수단으로 발전하여 조직의 업무와 IT의 변화관리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미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1996년 정보기술관리혁신법(ITMRA: IT Management Reform Act)에서 EA의 도입을 의무화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자정부 추진전략에 따라 예산관리국(OMB)과 관련기관들이 연방정부의 정보자원관리와 투자관리에 EA를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예산 절감과 성과 도출의 수단이 되었다.

EA의 요체는 업무(Business)와 정보기술(IT)을 긴밀하게 연계시켜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EA 도입 초기에는 정보기술의 통합과 표준화 등의 필요에 의해 '기술 주도'로 시작되지만, 점차 업무의 성과를 내고 조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업무 주도'로 진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EA의 성숙단계

가트너는 2010년 7월에 EA 도입단계 곡선(Hype Cycle)을 발표하였는데 EA의 채택이 보편화하였지만, 아직도 성숙단계는 낮다고 발표하였다. (그림 1 참조) 23개의 EA 요소 기법 중에서 기술에 초점을 둔 전통적 EA는 주류가 되었지만, 업무 중심의 EA는 5년 안팎의 시간을 두고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EA가 업무와 정보기술을 통합시키는 연결도구로써 진화하며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EA를 채택한 조직의 73%가 EA 수준을 성숙시키기를 열망한다는 점을 들어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란 분석을 하였다.


▲ <그림1> 가트너 EA 도입단계 곡선(Hype Cycle)








2005년 MIT 로스(Jeanne Ross) 교수가 EA를 채택한 200여 개 조직을 대상으로 성숙단계를 연구하였는데 절반가량의 조직이 기술표준화 단계였다. (그림 2 참조) 로스 교수는 5단계로 성숙단계를 나누었다. 1단계는 '연통형 업무 EA 단계'로 개별사업 단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단계이며 조사대상 조직의 12%가 이 단계에 속하였다. 2단계는 '기술표준화 EA 단계'로 IT 집중화를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단계이며 48%가 해당됐다. 3단계는 '핵심 최적화 EA 단계'로 데이터나 프로세스의 표준화를 추구하는 단계이며 34%가 해당됐다. 4단계는 '업무 모듈화 EA 단계'로 업무프로세스의 글로벌 표준화를 통한 재활용을 추구하는 단계이며 6% 조직이 이 단계에 속하였다. 5단계는 '역동의 모험 EA 단계'로 지속적인 최적화를 추구하는 단계이고 이 단계에 속하는 조직은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숙단계를 건너뛰는 것은 불가능하며 각 단계는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 <그림2> MIT의 EA 성숙단계 연구: 美 2005년, 200여 개 조직 대상 출처: Jeanne Ross 외 저, 김대권 역,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전략”, 2010.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EA 도입에서 간과한 것이 성숙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EA가 궁극적으로는 전체 조직 수준의 업무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이지만, 먼저 그림 1과 그림 2에서 본 바와 같이 개별 업무의 효율과 전체 조직 차원의 기술 표준화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처음부터 3, 4단계의 목표를 세웠던 점이 EA의 추진을 어렵게 했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개별사업 단위에 EA 기법을 적용하여 성과를 내고,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용을 확대해나가는 추진전략이 필요하다.


4. EA 용도와 성과

현대 조직이 당면한 문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네트워크화 되어 생산성은 높아진 대신에 관리가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자기 조직 내부의 다양한 하부조직 간의 상호작용은 물론 타조직과도 원활한 업무 연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복잡계(complex adaptive system)를 다뤄야 하는데, 두 가지 이유로 해법이 수학적이거나 기계적이지 않은 까다로운 문제(wicked Problem)를 다루게 되는 것이다. 첫째, 복합적이다. 많은 자율의지를 가진 행위자의 상호작용이 개입한다. 둘째, 유동적이다. 외부의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리더는 협력적 리더십을 발휘해서 신속히 상황 파악을 하고, 해법을 가시화해서, 적절한 서술과 지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EA는 업무와 IT를 효율적으로 연계시킴으로써 이러한 리더십 발휘를 돕는 역할을 한다.

EA의 국내 우수사례로는 국토해양부, 관세청, 건강보험심사원, 국방부, 삼성그룹 등을 들 수 있다. 국토해양부는 EA를 통한 정보화투자성과관리체계로 자원을 공동 활용하였고 지능형SOC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공기관에 2조 1,000억 원과 민원인에 2조 6,000억 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관세청은 EA 기반의 효율적 정보화투자관리로 초일류 세관이라는 전략목표를 달성하였다. 건강보험심사원은 EA로 모든 정보자원을 연계하고 통합하여 합리적인 IT 투자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였다.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여 기구축된 정보체계 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EA를 적용하였다. 이들의 성숙도 수준은 2단계인 '기술표준화 EA 단계' 정도로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ERP 구축을 통해 데이터와 업무절차의 표준화를 달성하며 4단계인 '업무모듈화 단계'에 도달하였으며, 국외 법인을 설립할 때 IT팀이 먼저 들어가서 현지화 준비를 한 후 사업팀을 투입함으로써 통상 1년 정도 걸리던 일을 1~3개월에 할 수 있다고 한다.

국외 우수사례로는 미 국방부, 워싱톤DC, 토요다 유럽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성숙도 수준은 3단계인 '핵심 최적화 EA 단계' 정도이다. 미 국방부는 연방 재정의 20%가 넘게 쓰는 정부기구로써 의회로부터 개혁의 압박을 강하게 받아왔다. 이에 업무변환청(BTA: Business Transformation Agency)을 설립하여 EA를 통한 전체조직 차원의 강력한 업무개혁을 시도해왔고 매년 의회에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전장에서도 전투능력의 향상에 E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워싱톤DC는 대도시 서비스순위가 하위권이었으나 EA를 통한 개혁으로 1위로 올라섰으며, 2001년부터 5년간 1억 5,000만 달러를 절감하였다. 토요다 유럽은 EA를 통해 각국 지사 간의 데이터와 업무절차의 표준화를 통해 배송시간을 35% 단축하고 예비부품을 50% 절감하는 한편 매출을 11% 증가시켰다.

EA의 용도 목표에 따라 성과는 달라지지만, 성숙단계가 올라가면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 2005년 MIT 로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숙단계가 올라감에 따라 IT비용이 절감되는데, 2단계가 되면 85%로 감소하고, 3단계가 되면 75%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전사적 차원의 표준을 적용하고 중복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조직의 성숙도 수준에 따라 EA 활용 목표도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5. EA 활성화 방향

EA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지난 6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성이 높은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첫째, '성숙단계에 따른 활용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EA 수준은 EA를 처음 도입했던 미국에 비해 10년 정도 뒤졌다고 본다. 미국도 EA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는데, 후발주자인 우리는 EA 도입기관의 현 EA 성숙단계를 진단하고 이에 적합한 EA 추진전략에 따라 활용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1, 2단계는 IT부서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3단계부터는 업무 절차와 데이터의 표준화와 통합에 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므로 점진적으로 혁신과 기획을 담당하는 부서의 참여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 표준화를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효과성을 유지하는 유연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구체적인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장단기 성과를 구현'해야 한다. EA가 조직의 운영개념을 바꾸는 것이므로 가시적인 도입성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고, 더구나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EA는 전체 조직(Enterprise) 차원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므로 구체적인 성과목표가 포함되지 않으면 경영진의 지원과 업무부서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부분 최적화의 합이 전체 최적화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인식시키면서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야 하며, EA가 업무의 가시화를 위한 유용한 수단이므로, 각 업무담당자가 시야를 넓혀 타 업무와의 관계에서 해결할 개선점을 찾아 이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EA의 유용성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적용분야를 포함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성과 확대'가 가능하도록 '전문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EA는 일회성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거버넌스의 일환으로 활용할 때 성과를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화를 통해 살아있는 EA로 유지 발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전문인력과 예산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보직 순환이 잦은 공공조직에서 EA 전문성이 있는 담당자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PMO(Program/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운영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날로 복잡해지고 변화무쌍한 현대의 조직경영에서 EA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러나 각 조직이 처한 경영환경이 다르고, 조직의 목표가 다르며, 무엇보다도 EA의 성숙도가 다르기에, 다른 곳에서 모범답안을 찾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각 기관 EA 담당자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 EA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범정부EA전담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 학술단체인 한국EA학회 등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며, 우리 실정에 맞는 추진전략을 선택하여 성공사례를 만들고 확산시켜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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