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한국IBM은 시내 모 호텔에서 자사의 IT서비스관리(ITSM) 솔루션을 발표하고자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IBM 미 본사에서 ITSM 마케팅 총괄담당을 비롯해 관계자 6명과 15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발표자들의 발표만을 일방적으로 듣고 질문을 하는 그 여느 기자간담회와 달랐다. 즉 발표 당사자들과 기자들 간의 열띤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요점은 대략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시장 진출시기이고, 두 번째는 ITIL을 둘러싼 IBM과 경쟁사들 간의 논쟁이다.
시장진출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시각은 한국CA, 한국HP, 한국BMC 등 경쟁사에 비해 너무 늦었지 않았느냐라는 지적이고, 반면 한국IBM은 서비스관리 개념을 2003년부터 주창해 왔고 글로벌하게 다수의 ITIL 표준을 지원하고 있어 시장 진입이 결코 늦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은 언뜻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또한 국내 ITIL 시장에서 큰 의미를 갖는 중요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즉 바로 현시점에서 IBM과 타 경쟁사간에는 ITIL의 핵심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IBM의 경쟁사들은 ITIL 서비스의 핵심을 ‘서비스 데스크’로 보고 이에 따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ITIL 도입을 검토하는 대다수의 국내 기업들 역시 서비스 데스크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IBM은 ITSM 시장에서 아웃소싱을 통한 관리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즉 서비스 데스크보다는 다수의 아웃소싱 사례에서 검증된 효율적인 프로세스 디자인 능력과 각 회사의 사례에 맞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툴(유니파이드 프로세스)이 ITIL 도입에 더욱 유용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IBM의 ITSM 솔루션에는 서비스 데스크 제품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IBM은 이에 대해 확장된 CCMDB를 통해 서비스 데스크 일부 기능 수행이 가능하고, 또한 이것도 안 되면 글로벌 협력사인 ‘페레그린’에 서비스 데스크 공급 기능이 있어 이를 공급해 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어설픈 답변이라는 게 기자들의 지적이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IT컨설팅에 있어 ITIL적 요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IBM BCS를 인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한국IBM은 실질적인 고객들의 요구 사항에는 맞지 않지만 IBM의 방식으로 ITIL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을 내 비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한국IBM은 자사의 시스템 관리 솔루션인 ‘티볼리’가 ITIL과 접목되는 부분이 많고, ITIL에 거의 근접 또는 바로 직전 단계까지 구현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이라고 밝히고는 있다.
서서히 기지개를 펴나가고 있는 시장에서 솔루션에 대한 개념 정립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향후 관리 솔루션의 트렌드가 ITIL로 가고 있어 ITIL 시장의 개념 정립은 더욱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IBM은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런 만큼 고객들에 대한 책임도 크다. 경쟁사에 밀려 설득력 없는 솔루션으로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과거의 한국IBM이 아니라는 판단에 다소 아쉽다.
한편 이날 한국IBM이 개최한 기자간담회는 ITIL과 연계된 프로세스의 작성 및 설계가 용이한 툴(티볼리 유니파이드 프로세스)의 무상제공을 밝히는 자리였다. 또한 ITIL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성관리 DB(CMDB)의 확장개념으로 CCMDB(Change and Configuration Management Database)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IBM은 올 하반기 중으로 IT 프로세스를 패키지화한 'IT 프로세스 매니저' 3개 제품(가용성관리, 릴리즈관리, 인포메이션 라이프사이클관리)이 출시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IBM은 이날 향후 ITIL에 대한 전략과 로드맵도 발표했고, 한국IBM이 ITSM이란 이름을 내걸고 진행한 첫 번째 공식행사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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