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본인은 30여분 이상 출국심사대 사람들이 그대로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첫 번째 놀랐다. 그 이유는 입국 심사를 처리하던 서버가 다운됐기 때문이었다. 담당자들이 CD를 받아서 컴퓨터를 재부팅해 가까스로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이런 일들은 자주 있는 상황이라고 별다른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 두 번째 놀랬다.
입국 담당자나 외국인들도 시스템 다운에 대해 전혀 불평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서버 다운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 않고 기다리는 외국인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던 당국의 대처도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국내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
아무런 해명도 없이 일상적인 일처럼 넘어갈 수 있었을 까? 성격 급하기로 소문난 한국인들을 10분 이상 세워놓았다면 당장 항의가 빗발쳤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서두르면서 성장해왔고 IT도 이러한 기운에 힘입어 '빨리빨리' 커왔다. 초고속인터넷의 급속한 확산, ERP 시장의 활황, 금융 IT투자 붐 등도 이러한 '빨리 빨리'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IT프로젝트를 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3년 이상에 걸쳐 진행할 것을 우리는 훨씬 짧은 시간 내에 끝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빨리빨리'가 안정성 면에서 뒤쳐질 수 있고 날짜를 맞추기 위해 많은 시스템 개발자들의 밤샘작업을 강요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어느 나라 누구도 가지지 못한, 한국인만이 가지는 경쟁력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빠른 업무 처리, 빠른 서비스 전달, 빠른 확인 등이다. 세계 어느 지역이든 느린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경쟁력인 요즘 상황에서 기업들은 '빨리빨리'가 때로는 절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빠른 서비스 전환에 따른 IT지원이 가능한 유일한 국가는 어쩌면 바로 우리나라가 아닐까. 우리가 가진 장점을 살려 세계 IT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 우리 IT 기술을 인정받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빨리빨리'는 다른 어느 국민도 가지지 못한 우리만의 고유한 것이다. 한국 IT가 속도에 안정성을 더한다면 경쟁력은 더욱더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
<박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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